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2주가 지나고 있다. 나에게 인상적인 장면은 취임식을 마친 이후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축하 무도회 사진이다. 재즈 가수 에린 보헨이 부르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를 배경으로 트럼프 부부는 춤을 추었고, 자녀들도 옆에서 분위기를 띄웠다.

이 사진을 보면, 트럼프의 두 가지 욕망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하나는 `마이웨이`의 선곡에서 보듯 자신의 뜻대로 하겠다는 아집과 세상에 자신이 가진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과시욕망이다. 나와 타자를 분명히 구분하며 이익만 좇는 집요함과 자신의 부와 명예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은 속물주의의 전형이다.

트럼프는 첫 행정명령으로 오바마 케어 폐지에 서명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발표했다.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착공과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 이슬람교 국가출신자들을 포함하는 난민들에 대한 입국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행정명령도 서명했다. 유엔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주도해서 제정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환경 파괴 논란이 있었던 사안들도 재협상하거나 바꾸고 있다. 트럼프는 하루가 멀게 다양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제 출범한 트럼프의 경제 사회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이르지만, 트럼프가 속물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속물정치의 키워드는 `미국 최우선주의`다. 미국 최우선주의는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계속 주장하는 미국 최우선주의에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국제정치와 군사 분야, 경제 영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마치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들을 위해서 많은 정치적 경제적 배려를 해왔고, 그 때문에 미국경제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도 진실도 아니다.

트럼프는 그의 도덕적 분신들이라고 할 수 있는 관료와 내각으로 구성된 속물주의 행정부의 시대를 열고 있다. 현재 상원 청문회가 진행 중이지만, 트럼프 내각 각료 지명자들의 이력은 놀랍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재무장관 지명자), 엑슨 모빌 회장출신인 렉스 틸리슨(국무장관 지명자), 암웨이 상속자를 남편으로 둔 베시 디보스(교육부 장관 지명자), 노동 탄압 문제가 제기되었던 CKE 레스토랑 최고경영자 출신 앤드루 퍼즈더(노동부 장관 지명자) 등 대부분 장관 지명자들은 억만장자 출신이다. 억만장자 출신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은 트럼프와 비슷하게 편협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들이 트럼프가 안타까워하는 `소외된 국민` 속으로 얼마나 가깝게 다가갈지 의문이다.

진보적 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다섯 가지 이유를 흥미롭게 제시한 적이 있다. 그것은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분노, 여성을 꺼리는 백인남성, 투표를 포기한 버니 샌더스 지지자, 제시 벤투라 효과(기존 정치에 실망이 크면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경향), 클린턴에 대한 반감이다. 사실상 다섯 가지 이유는 분노, 백인남성의 인종주의와 반여성 그리고 실망일 뿐이다.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 역시 속물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인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도덕정치를 버리고 극단의 속물정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속물정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의 세계관에는 승자와 패자, 아군과 적군만이 있을 뿐이다. 그는 재산과 지위를 축적하기 위해 매달렸고, 계산에 매우 능하며 자기과시와 시기심이 많고 다소 음란하기도 하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과의 약속을 너무 쉽게 파기하고 폭력적인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그 길은 좁은 길이다. 왜냐하면 트럼프에 대한 저항은 계속 커져갈 것이고, 그가 가는 길은 덧셈의 길이 아니라 뺄셈의 길이기 때문이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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