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고용 당당하게 요구 글로벌 기업들 줄줄이 약속 국내 정치인도 보고 배워야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시대의 막이 올랐다.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확고했다. 선거 때보다도 더 강경하게 `미국우선`을 외쳤다. 16분간 이어진 취임연설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가 `미국`이고 그 다음이 `미국인`이었을 정도다. 통상, 외교 등 모든 정책은 오로지 미국인을 위한 것 이라며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강조했다. 향후 트럼프 정책에 보호주의가 강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질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전 세계가 트럼프시대의 개막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유다.

막말과 기행, 황당한 공약 등 숱한 악재를 딛고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2%대 지지에 불과했던 예비경선부터 일관되게 주창해 온 `일자리 만들기`다.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다. 한·미FTA는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외교나 국제관계는 무시하기 일쑤다. 오로지 `미국 우선`이다. 이러한 약속은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실천에 옮겨졌다. "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미국에서 고용하고 생산해야 한다, 멕시코엔 35%의 국경세를 매기겠다"고 천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공개적인 `일자리`를 요구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항복을 선언했다. 포드, GM, 캐리어 등 미국기업의 멕시코 공장 신·증설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일본 도요타도 멕시코 공장건립 대신 향후 5년간 미국에 12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은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나 향후 5년간 미국 내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60조원 투자와 일자리 5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눈치를 보고있던 현대차도 향후 5년간 미국에 3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밝혔다. 트럼프의 한마디에 글로벌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투자와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한 것도 아니다. 기업총수들과의 독대나 면담도 없었다. 비밀리에 뒷거래를 하지도 않았다. 단지 트윗 한번 날림으로써 기업총수들이 알아서 기게 만들었다. 트럼프의 트위터가 총보다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 셈이다. 트럼프는 사업가로서 성공한 억만장자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의 속성을 제대로 꿰뚫어 봤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계획이 이어지자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미국으로 되찾아 온 일자리를 통해 여러분은 `대박(big stuff)`을 보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미국 국민들로선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중 하나가 2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대선과 당선자시절 뿐만 아니라 취임식에서도 미국인의 일자리 창출을 다짐했다. 어쩌면 미국우선주의로 인해 전세계가 불안해하고 미국이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비난과 분쟁소지까지 감내하면서 일관되게 자국민의 일자리 만들기에 진력하고 있는 모습은 평가할 만하다. `사실상 실업자`가 450만 명을 넘어서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여간 부러운 지도자가 아닐 수 없다.

국내서도 대선주자들이 일자리 구상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내용은 하나같이 공공부문 확대다.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한 공약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공공분야 일자리 늘리기는 단기처방은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재원 역시 국민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일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고용효과가 큰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경제정책과 공약이 필요하다. 아니면 트럼프처럼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라도 꺼내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평가를 하든 트럼프의 일자리 만들기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대선주자들도 정쟁만 하지 말고 좀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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