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융성은 국가의 안전보장(security), 즉 안보의 토대 위에서만 촉진된다. 정치경제와 사회문화의 모든 성취와 향유는 국가의 방위가 무너지는 순간에 허망하게 주저앉는다. 이를 증명해주는 동서양의 인류 역사는 차고 넘친다. 태평한 시대에 안보를 튼튼히 구축한 나라는 번영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소멸했다. 북한 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열강의 군사력 대결이 가중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방비를 고민해야 할 때다. 고대 아테네의 역사에서 그 교훈을 찾고자 하는 이유다.

제3차 페르시아 전쟁(BC 480) 이전까지 해도 그리스에서 가장 강한 도시국가는 스파르타였다. 하지만 아테네는 마라톤 전투(BC 490)에서 페르시아 육군을 물리친 데 이어 살라미스 해전(BC 480)에서 페르시아 대 함대를 격멸하고 나서 해상강국으로 급부상 했다. 그 토대를 닦은 영웅은 테미스토클레스(BC 528?-462)였다. 그는 200여 척의 군선을 미리 건조해 해군을 육성했다. 아테네의 미래가 해양대국을 건설하는 데 달려있다고 본 그의 선견지명, 즉 `프로노이아(pronoia)`가 빛난다. 그는 아테네 해군을 단기간에 그리스 최강의 전력으로 끌어올렸고, 그 힘을 이용해 에게 해의 해상패권을 장악했다.

그런데 육지에서는 무적의 중무장 보병을 가진 스파르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 비대칭 전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강하는 방책을 창안했다. 페이라이에우스를 해군 군항으로 개발하고 아테네와 연결하는 장성(長城)을 세워 보호하자! 그러면 스파르타의 기병과 보병을 방어하고, 아테네 해군의 바다 진출입은 자유롭게 할 수 있을 터다.

성벽 축조는 아테네 방어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나 8km의 거리에 충분한 공간을 만들고 장성으로 잇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페르시아를 물리친 마당에 아테네가 장성을 쌓는다면 스파르타의 의심을 받을 게 뻔했다. 한마디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아테네인들이 성벽을 쌓으려는 기미를 보이자 스파르타는 즉각 사절단을 보내 성벽을 쌓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비책을 냈다. 그는 남녀노소가 모두 협조해 사력을 다해 성벽을 쌓으라고 시민들을 설득한 후 직접 스파르타로 협상하러 떠났다. 그는 스파르타에 머물며 민회 출두를 차일 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스파르타는 아테네가 성벽을 쌓는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사절단을 파견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로 몰래 밀사를 보내 성벽을 충분히 요새화할 때까지 그들을 억류하라고 일렀다.

그는 아테네 성벽이 완성되었다는 전갈을 듣고 자신의 기만술이 성공했음을 확신했다. 비로소 그는 스파르타 민회에 출두해 성벽 구축은 아테네인들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정당한 행위라고 선언했다. 스파르타와 "대등한 군사력을 갖지 않고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논의에서 대등한 발언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장벽을 축조했다는 것이다. 스파르타는 속은 것에 분개했지만 그를 논박하지 못했다. 이 긴박했던 사건을 투키디데스(BC 460-400)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상당한 분량으로 전하고 있다.

그 후 장벽은 든든한 `전쟁 억제력`으로 작용해 50여 년의 아테네 황금기를 여는 초석이 되었다. 또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을 치를 때 효과적인 최후의 방어벽으로 활용되었다.

우리는 자유통일 대한민국의 황금기를 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사드(THAAD)는 북한 핵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어수단이다. 북한과 중국의 어떤 압박과 공작에도 굴복해선 안 되는 이유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에 맞장구치는 굴욕외교나 사드 배치 철회 주장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이적행위다. 아테네 시민들이 스파르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장벽을 축조했던 그 결기와 지혜를 반추해 보았으면 한다. 자유와 번영은 공짜가 없다. 더구나 안보는 대체재가 없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