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이 벌어졌다. 영국의 `BBC뉴스 UK`라는 트위터 계정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했다`는 뉴스가 떴다. 이 소식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졌다. 미국 대선 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는 뉴스가 등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요즘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장모가 매년 연간 2억 원의 평생연금을 받게 됐다는 뉴스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모두가 `가짜뉴스`다. 출처도 명확하지 않았던 교황의 트럼프 지지 가짜뉴스는 무려 96만 건이나 공유됐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가짜뉴스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가 가짜뉴스로 골치를 앓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는 미국 선거일 이전 3개월 간 인터넷상에서 공유된 가짜뉴스는 879만 건에 이르고 진짜뉴스는 이보다 적은 736만 건에 달했다고 했다.

세계신문협회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저널리즘 이슈로 `가짜뉴스의 확산`을 꼽았다. 오죽하면 팩트 체킹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을까.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팩트 체킹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뉴스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짜뉴스는 마치 기사(진짜뉴스)처럼 유통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대선 주자 중 한명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는 유엔정신과 협약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 지사의 발언은 한 인터넷 매체가 반 전 총장의 대선출마가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가공된 기사를 참모가 안 지사에게 그대로 넘겨줘 안 지사가 그 내용을 인용하는 바람에 일어난 해프닝이다.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권에서도 가짜뉴스가 판을 칠 것으로 보인다. 언뜻 봐선 뉴스처럼 보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담고 있는 가짜뉴스들이 유통되면서 진실이 왜곡되고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계해야 한다.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공격 등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가짜뉴스의 유통을 철저하게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에선 가짜뉴스 식별 방법을 가르치는 법안이 제출돼 학생들이 정확한 정보와 오도하는 뉴스를 판별토록 하고 있다. 가짜뉴스 홍수 속에 사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하듯이 `가짜뉴스로 흥한 자 가짜뉴스로 망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길 바란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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