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은 1만여명의 예술인 명단에서 나아가 특별관리대상 블랙리스트 900여명의 명단까지 존재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난 6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단체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그럼 왜 그렇게 예술인은 물론이요 일반 국민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을 문제삼는 것일까?

블랙리스트란 통제를 의미한다. 통제는 어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해지는 규제로, 그 통제장치는 다양하지만 과거 문화예술계 통제는 검열을 통해 시도되었다. 그리고 검열은 최종적으로 문화예술계의 관리를 의미한다.

예술계 통제방식은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접통제방식은 검열로, 이는 제도적 장치인 금지곡 제도로 나타났다.

과거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해 시행된 방송금지, 공연금지, 공연허가제 등이 그것이다. 간접통제방식은 통제하고자 하는 것과 대비되는 것을 내세워 통제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1970년대의 건전가요가 대표적이다.

금지곡 검열제도는 1960년대 방송검열과 공연검열로 나타났다. 금지기준은 곡조와 가사의 저속·퇴폐·왜색·표절·월북·기타 등이었다. 건전가요는 `국민가요` 등으로 불리며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국가정책으로 추진된 것은 60년대 합창운동으로 나타나 `국민개창운동`이라 불린 건전가요운동이다. 뿐만 아니라 70년대에는 `건전가요 음반삽입 의무제` 같은 제도적 장치로 나타났다. 건전가요의 사전적 개념은 밝고 옳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노래를 의미한다. 하지만 당시에 건전가요는 저속하고 퇴폐적인 금지곡에 대비되는 노래를 의미했다. 금지곡(저속, 퇴폐)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곡이 있어야 했다. 곧 금지곡 제도의 정당화로 사용되었고, 반대로 금지곡 제도는 건전가요의 정당화로 사용되었다. 상호정당화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퇴폐풍조정화운동이 정부의 사회정화일소정책으로 추진되었다. 장발단속과 미니스커트 단속도 그 일환이었다. 건전가요운동과 금지곡제도도 문화예술계 퇴폐풍조정화운동과 맥을 같이한 것이다. 직장에서는 합창단을 만들어 건전가요운동을 펼쳤고, 대중가요 음반에는 의무적으로 건전가요 한 곡을 삽입해야 했다.

당시 금지곡을 판정했던 공연윤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잡지의 기고문에서 노래는 사회의 밝고 아름답고 희망적인 것만을 노래해야 하며, 어두운 면은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노래는 사회의 밝은 면만 반영되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예술사회학이나 문화사회학에서는 예술작품을 사회적 생산물로 보는데 이견이 없다. 사회적 생산물이기에 그 사회의 현상을 반영한다. 때문에 사회의 밝은 면, 어두운 면 등 사회현상의 다양한 면을 드러낸다. 예술의 속성인 것이다. 건전가요와 금지곡제도는 예술의 사회적 속성중 일부만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금지곡, 건전가요 등은 결국 그 사회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로 인식된다. 좁게는 문화예술계를, 넓게는 문화예술의 영향이 미치는 사회전체의 인식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말이다.

사회 질서는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합리적으로 법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럴 때 그 질서는 자율적 사회 질서가 된다. 그러나 비합의적 장치를 통하여 유지시키려는 것은 그 사회를 관리하려는 것이 된다. 사회구성원이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며, 그 사회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는 것이다. 관리된 사회에 살지않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이 끊임없이 깨어있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열린 사회는 깨어있는 인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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