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식 구성원 불행 초래 의견 수렴 합리적 의사 결정을

중국 위촉오 삼국시대의 조조와 제갈공명의 인재 선발 기준은 그들이 가진 성품이나 처한 상황만큼 뚜렷하게 구분된다.

넓은 영토의 위는 요즘말로 인재풀이 풍부했고, 조조는 `유재시거(唯才是擧)`라는 원칙하에 철저하게 능력 중심의 인재를 선발했다. 조조는 "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기용했다고 해서 꼭 덕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능력만 있으면 부도덕한 사람이라도 기용하겠다는 인재관을 고수했다. 수월성을 강조한 경쟁주의적 인재 선발이었던 셈이다.

반면 좁은 지역의 촉은 늘 인재난에 허덕였고, 제갈공명은 `지인지도(知人之道)`라는 기준으로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성까지 겸비한 인재를 찾았다. 상황이 절박했던 만큼 보다 완벽한 인재를 구하려 했던 것이다. 제갈공명은 출사표에서조차 "곽유지, 비의, 동윤 등은 모두 선량하고 진실하여 뜻과 헤아림이 충성스럽고 순수합니다. (…) 상총은 성품과 행실이 착하고 공정하며 군대의 일에 밝습니다"라며 일관되게 도덕성과 능력을 강조했다.

제갈공명과 조조는 인재선발이라는 막대한 권한이 있었으나 권한의 행사 기준은 이처럼 달랐고, 그 결과 제갈공명은 충신과 명재상으로, 조조는 찬탈자와 간웅으로 극명하게 대립됐다.

종종 우리는 주위에서 정책 책임자들이 권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거나 자기중심적 기준으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또 이로 인해 권한의 남용을 비롯하여 부작위, 직무유기, 무사안일 등의 발생과 부정부패로 이어지는 경우도 목도한다.

특히 책임을 동반하지 않는 권한은 소속 조직, 나아가 사회나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대립과 갈등, 분열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권한은 상부에, 책임은 하부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다.

권한은 "어떤 사람이나 기관의 권리나 미치는 범위"라는 뜻으로, 권한의 대상은 자기가 아닌 타자(他者)이다. 그러므로 권한은 항상 책임을 수반하고, 책임 없는 권한은 엄청난 저항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권한과 책임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수단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권한을 권력이나 권리로 잘못 인식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성원들을 불행하게 만들거나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사실 권한의 또 다른 이름은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책임은 권한에 수반되기 보다는 권한과 같은 가치이거나 권한을 아우르는 개념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책 의사 결정은 `이익과 손해` `좋음과 좋지 않음` `옳고 그름`이라는 3개의 축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3개의 축을 모두 만족시키는 의사 결정은 매우 드물다. 예를 들어 정치가 그렇다. 표를 얻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옳은 공약이나 정책이 아닐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의 의사 결정은 `이익과 손해`를,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의 의사 결정은 `옳고 그름`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흐름을 보면 공공정책 책임자들조차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하여 `이익과 손해`를 앞세우거나 개인적 호불호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기 일쑤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결정에 따른 후유증을 의사 결정을 내린 책임자가 아닌 구성원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책임자들이 권한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고, `옳고 그름`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책임자들은 의사 결정에 앞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이 결정되면 안정적으로 추진한 뒤, 끊임없이 진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또 변화 발생 시 전문가와 구성원들의 의견을 구해 합리적으로 수정 변경해야 한다. 나쁜 관례나 문화를 자기 손으로 끊는 과단성도 책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를 위해서 책임자들은 확실한 자기 철학과 가치관, 신념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 정직은 책임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정직한 사람만이 자존심을 가질 수 있고 자존심이 있어야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도전과 성취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박성효 前대전광역시장·前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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