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흩어진 보석 발굴 지역 명소 재탄생 노력을

도시재생본부가 옛 충남도청사에 둥지를 튼 지 곧 3년차다. 원도심의 낯선 얼굴과 시설물을 현장에서 접하고 다양한 재생정책을 펼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합의점은 `원도심`이라는 공간이 주는 가치의 확신과 그것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지의 확인이었다.

원도심은 아버지에겐 젊은 날의 추억이, 아들에는 대도시 한가운데서 찾을 수 있는 느림과 쉼이라는 가치를 주는 장소다. 낡고 오래됐지만 편안한 옷과 같이 힘들고 지칠 때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곳이다. 그 존재 자체가 대전 시민들에겐 `힘`인 것이다.

대전은 1900년대 작은 시골마을에서 30여 년이란 짧은 기간에 도시로 변모한 근대도시다. 일제강점기에는 대전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가 점차 옛 충남도청쪽으로 이어져 중앙동과 신인동, 은행선화동, 대흥동은 1990년대 초반 신도심이 형성되기까지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 대전도 한때 모든 길이 이곳을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도시도 생물인지라 생로병사를 비켜가지 못하고 노후 되고 낡았다.

그러나 반짝거리는 신도심에는 정겨운 골목도, 시간의 두께가 내려앉은 편한 단골집도, 사람냄새도 또 위로의 어깨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원도심에 사람들이 모였고 그 곳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왜일까? 최근 발행된 대전여지도(저자 이용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공간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100여 년의 시간이 쌓인 곳이 바로 원도심으로 그 존재만으로 얻는 위로, 보존의 가치와 보전의 의무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전시는 동·중구와 공동으로 원도심지역을 근대문화예술 특구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옛 충남도청사와 관사촌, 대전창작센터(구 국립농산물관리원), 다비치안경원(구 조선식산은행) 등 70여 개의 근대건축유산과 지역의 문화예술자원을 융·복합적으로 활용, 원도심의 정체성을 찾고 재성장의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지난 1월부터 지역주민 의견수렴, 전문가 자문회의, 3차에 걸친 중소기업청의 컨설팅까지 완료하고 체계적인 특구 조성을 위해 △산업화(근대건축유산 재생프로젝트, 근대문화예술 클러스터 및 플랫폼 구축) △관광화(근대로의 시간여행, D-Heritage모두의 축제, 특구종합 홍보) △생활화(젊음과 예술의거리 조성, 특구거리 환경조성)를 3대 전략사업으로 삼아 근대문화예술특구 계획(안)을 최종 마련하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24일 대전시와 동·중구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12월에는 주민공청회도 개최하고 시·구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내년 2월 중소기업청에 근대문화예술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대전시는 근대문화 예술특구 사업추진에 있어 시설투자 예산을 투입하여 새롭게 무엇을 하기 보다 원도심 곳곳에 흩어진 보석들에 스토리와 문화라는 색을 입혀 꿰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시나 구, 민간영역에서 각기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 그리고 각종 물적·인적자원들을 나열하고 재배열해 원도심만의 색깔을 찾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전의 첫 지역특구가 될 근대문화예술특구가 생명력을 얻기 위한 필수조건이 민관협치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살며 활동하고 있는 시민주도의 움직임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원도심 활동가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기유발과 시스템 보완이 숙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 우리 지역 근대건축유산에 문화의 옷을 입히고 우리 지역만의 문화예술을 더욱 특화시켜 사람이 많이 오는 대전의 명소로 재탄생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임 묵 대전시 도시재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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