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꽃처럼 나태주 지음·푸른길·312쪽·1만6000원

꽃. 아름다움의 대명사이다. 노랗거나 붉고, 푸르면서 희다. 가냘픈 줄기에 서슬퍼런 가시가 돋아나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잎사귀는 한 데 모이면 길가를 물들인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돌아온 계절을 확인한다. 꽃의 아름다움을 색에서만 찾을 수 있을까.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는 나비와 벌을 불러 모은다. 꽃다발을 받은 어느 여인은 꽃덤불에 코를 묻기도 한다.

꽃에 의한 시집이 나왔다. 시를 쓴 시인은 나태주이다. 그가 걸어온 길만큼이나 서정적이고 눈길이 가는 소재다. 그는 서문에서 꽃을 이렇게 표현한다. 식물의 정점으로서의 꽃.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소망스런 것을 말할 때 그것을 꽃이라 말한다.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가지는 꽃, 어린,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이라 꼽았다. 꽃이 아름다움의 최우선이라는 증거다.

풀꽃 시인이 꽃에 대한 시를 썼으니 기대가 된다. 평생을 시골에 묻혀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굽어보며 산 나태주에게는 꽃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곧 그의 일생은 꽃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않고 살았다는 얘기다. 꽃을 바라보며 그가 살며 만났던 사람들을 대입하기도 하고, 그저 꽃에 대한 예찬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애처로움, 그림자도 표현한다. 이번 시집 `별처럼 꽃처럼`은 꽃과 관련된 시를 모아 낸 꽃시집이다. `천국의 소식을 알려주는 메신저`라는 표현을 쓴다.

나태주 시인은 꽃이란 소재를 통해 인간의 정서와 결부시킨다. 꽃 속에 담긴 그리운 마음, 꽃과 동일시 되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정서를 노래하기 위한 소도구가 바로 꽃이라는 것. 더 나아가 이번 시집은 꽃이 주 소재지만 결국은 사람을 위한 시집으로 표현된다.

200여 편이 훌쩍 넘는 작품들은 창작 연도의 역순으로 배열돼 있다. 가까운 2016년부터 1970년작까지, 지난 40여 년간 꽃을 노래하고, 사고한 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4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나태주 시인 또한 청년에서 장년, 노년까지 변해왔다. 하여 꽃에 의한 영감도 함께 변해왔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집을 읽어보는 것도 독자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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