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나눔·사랑실천 더 많이 베푸는 것보다 중요한건 성의 마음·정성 함께하는 공동체 만들어야

어느 날 어떤 할아버지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연락을 해오셨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본당에서 사목을 할 때는 누가 찾아와서 만나는 일이 흔한 일이기도 하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에서 일하면서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연락은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무슨 말씀을 하실지도 궁금하고, 도움을 드릴 만한 일인지도 걱정이 되었다. 할아버지를 만난 날,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이야기며, 자식들 이야기며, 푸짐한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놓으셨다. 참으로 열심히 살아온 할아버지이셨다. 그리고 지금은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삶을 살고 계신 할아버지이셨다. 할아버지 말씀의 요지는 혼자 살고 있고, 몸도 불편해서 교회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는데,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에서 반찬을 보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과, 그래서 보답을 하고 싶으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시면서 봉투를 하나 내놓으셨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돌려드려야 하나, 감사히 받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마음은 잘 알겠고요, 할아버지께서 주신 돈은 잘 받을게요. 너무 고맙습니다. 이제 제가 선물을 드릴께요. 이걸로 할아버지 친구들과 맛있는 거라도 한번 사드세요"라고 말씀드리면서 돌려드렸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다시 받으셨고, 친구들과 꼭 맛있는 것을 드시겠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복음에 나오는 `과부의 헌금`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는 부자들이 와서 헌금궤에 돈을 넣는 것을 보고 계셨는데 마침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작은 동전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가난한 과부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넣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예물로 바쳤지만 이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다."(루가21,1-4)

이 이야기는 과부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부자들을 나무라는 이야기일까.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를 칭찬하려고 하시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온전히 충실한 과부를 칭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부자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나누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께 봉헌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이다. 부자들의 부족함을 나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이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안타까워하셨을 것이다.

왜냐면 그 돈이 없으면 그녀는 오늘 하루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복음서에는 이 과부가 생활비를 모두 넣었다고 전하고 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충실하라고,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하느님께 대한 충실성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나눔이 미담으로 전해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 정도 교리교육을 받게 된다. 교리교육을 마치고 세례 받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천주교회에서 신자들이 지켜야 할 6가지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6가지 의무 중에는 교회의 운영을 위하여 교회의 유지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교회 유지를 위한 헌금을 교무금이라고 하는데, 일정 금액을 봉헌하기로 약속하고, 매월 교회에 내는 것을 말한다. 교무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실재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 궁금해하신다.

그때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씀드리곤 한다. "생활이 궁핍하면 적은 돈이라도 성의껏 내시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넉넉하시다면 많이 내십시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내지 마시고, 교회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사도행전에 나오는 제자 공동체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우리 교회가 조금이나마 실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씀드렸던 것 같다.

하느님께 충실하기 위해서, 그리고 공동체에서 일정부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부담하고자 하는 마음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더 많이 봉헌받기 위해서 그들의 성의가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제준 천주교 대전교구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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