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자리에 없는 사람을 위한 한그릇 넉넉하지 않아도 이웃을 생각하는 삶 어려서부터 나누는 생활 실천할때 행복

전에 어떤 할아버지 신부님께 들은 이야기이다. 그 신부님은 시골에서 충분히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셨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당신 집은 부자였다고 말씀하시고, "그때 부자는 3끼 밥을 먹을 수 있으면 부자였어. 허허"하고 말씀하셨다. 신부님께서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부엌에서 누룽지를 훔쳐먹던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 누룽지를 먹지 못하게 하셨는데, 간식이 없던 시절이라 누룽지가 너무 먹고 싶어서 누룽지를 몰래 훔쳐 먹었다고 하셨다. 어느 날은 어머니께 들켜서 심하게 야단을 맞으셨다고 하시면서 왜 그랬는지를 이야기해주셨다. 그 신부님도 나중에 알게 되셨는데, 끼니 때가 지나고나면 누룽지를 얻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누룽지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하신 것은 진짜 가난하게 살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 누룽지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몫이었고, 가난한 이들의 몫을 빼앗지 말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셨다.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옛날 어머니들은 밥을 지을 때, 쌀독에서 식구들이 먹을 양을 덜어내고, 일인분을 더 덜어서 한쪽에 모아 놓으셨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도 있었는데, 식구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 한사람의 몫을 더 마련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그 게 뭐냐고 물으면 이건 `예수님 밥`이라고 대답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예수님 밥은 누구의 몫이었을까. 예전에는 거지도 많았고, 마을에서 도와야 할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누구나 넉넉하지 못한 시절이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몫으로 함께 나눴던 아름다운 전통이 우리 사회에는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곳은 성당이 아니라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이다. 한끼 100원 나눔운동은 천주교 대전교구에서 펼치고 있는 나눔운동이다. 우리가 한끼 한끼 먹을 때마다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일상 가운데 나눔을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소위 예수님 밥 실천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V광고에서 만나게 되는 유명한 NGO가 아니더라도 많은 단체들이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세상의 다양한 어려움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지역사회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곳을 작은 관심 만으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오늘 아침에는 한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끼 100원 나눔 운동본부를 찾아주었다. 어린이 집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기부금을 모으는 행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행사로 모은 기금을 우리 본부에 기부하기 위해서 오늘 아침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커다란 저금통을 준비하고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서 저금통에 준비한 기금을 넣도록 했다. 아이들이 이 돈이 얼마 짜리 일지 알기나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돈의 가치 보다 아이들의 소중한 손길이 더 큰 가치로 느껴졌다. 단순한 행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어릴 때부터 나누는 습관,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눔들을 통해서 예수님 밥이 다른 형태로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태오 복음 25장에는 최후의 심판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이 나온다. 예수님께서 착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하게 맞아들였다". 의인들이 "저희가 언제 그렇게 했다는 말입니까"라고 하자 이렇게 답하셨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예수님 밥은 가난한 사람들 안에 예수님을 발견하는 일이고, 그들을 예수님으로 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는 새로운 방법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기를 바란다.

박제준 천주교 대전교구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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