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으로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왜 하필 6가지 중 첫 번째로 `유리`를 이야기했을까? 필자는 유리가 바로 `소통`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리를 사용한 `렌즈`의 발명은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이어져,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우주와 소통하고, 현미경으로 미생물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또한, 반사력이 뛰어난 `유리`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과 소통했고, 가늘게 섬유 모양으로 만든 `유리`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유리`를 통한 소통뿐만 아니라, `소통`은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특허품질이 화두인 특허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 특허청은 앞 다투어 심사관 증원 등 심사품질 제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특허청은 특허품질 향상계획을 수립하면서 일반 대중의 의견을 청취하는 대규모 심포지엄, 웨비나(webinar) 개최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특허청도 최근 심사관간 협의 심사 확대, 심사관과 선행기술조사원간 소통 확대, 현장 전문가들의 지식을 활용하는 공중심사 등 소통을 키워드로 한 본격적인 품질중심의 특허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그렇다면, 출원인과 심사관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면담이라는 직접적인 소통 수단이 있다. 미국 특허청이 지난 5년간 22,000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면담은 특허심사의 부적합한 결정을 약 4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특정 기술분류에선 거의 모든 출원건에 면담이 이루어지는 등 면담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면담 비중이 2% 미만으로 활용률도 낮고, 면담의 질적 효과도 높지 않다. 이에, 우리 특허청은 작년부터 기존 면담 제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예비심사, 보정안리뷰 등을 시작했다. 예비심사는 공식심사 전에, 보정안리뷰는 공식심사 후에 출원인과 심사관이 소통할 수 있는 제도로, 이러한 면담을 통해 특허 가능성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다. 또한, 면담의 신청, 사전 준비, 진행 절차 등을 세밀하게 체계화하여 기존 제도에 비해 충실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특허청은 면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한가지 유념해야할 사항이 있다. 면담이 특허를 등록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면담은 보다 정확한 특허 등록여부 결정을 위해, 출원인과 심사관이 출원발명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이다. 출원인이 부실특허를 등록 받았다가 나중에 무효가 된다면 오히려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특허는 출원인과 심사관 모두의 노력과 소통의 산물이다. 출원인과 심사관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중지를 모으는 면담 제도가 혁신의 아이콘인 `유리`가 되어 우리나라 고품질 특허 창출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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