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기술을 가지고 여러 국가에서 특허를 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경우 국가마다 별도 출원을 하여야 하나, 시차·거리차로 인해 모든 출원을 동시에 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허청은 A국에 출원한 후 일정 기간 내 B국에 동일한 기술을 출원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한국에서 이 절차를 최초로 활용한 출원인은 영국계 회사이다. 이 회사는 1957년 아연 물질의 용광로 제련법을 영국에 출원한 후 1958년 한국에 출원하여 특허를 받았다. 6·25 한국전쟁 종전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아연 수
민원인을 대하면서 가끔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 전에 읽은 내용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줄거리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한 청년이 어느 해안가를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할아버지 한 분이 모래밭에서 무언가를 주워 바다로 열심히 던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파도에 떠밀려온 불가사리였다. 할아버지는 곧 햇볕에 말라 죽게 될 불가사리를 살리기 위해 다시 바닷속으로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이 물었다. "하루에도 이 해변에 수백 수천 마리의 불가사리가 떠내려와 말라죽는데, 할아버지께서 이 일을 하신들 무슨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는 스타트업의 소식으로 인터넷이 뜨겁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참신한 시제품을 들고서도 초기 제품화의 고비를 넘지 못해 좌초되었던 창업 기업들에게는 빛과 같은 소식이다. 개인 자금력과 정부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 전에 소비자를 확보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새로운 접근임에 분명하다.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기만 하면 모두가 성공하는 것일까. 펀딩 이용기업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투자자들의 안목도 높아져 펀딩에서의 성공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펀딩의 성공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국가안보와 민생안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은 끝났고 국민들은 그 공약을 가장 잘 실천할 것 같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부디 새로운 지도자가 국민들의 바람에 걸 맞는 정치를 해 주시기를 기대해 본다.우리 역사에서 이 같은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한 지도자는 누구일까?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세종대왕을 뽑고 싶다. 왠지 우리 느낌에 세종 재위시기는 태평성대가 계속되고 국가적인 위기가 없었을 것 같지만, 오늘날과 같이 경제적 위기와 안보 위협에 봉착했던 시기였다. 세종
인류의 역사는 갈등과 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암 듀란트는 "역사에 기록된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268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인 경제평화 연구소(IEP)의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으로 연 13조 60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매일 5달러를 갈등과 분쟁 비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필자가 속해 있는 지식재산권 분야도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최근에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비즈니스 권리 관계가 복잡해지며
중국 고사성어 중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오나라 장수 여몽이 부족한 학식에 대해 지적받자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학문을 열심히 연마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데서 유래했다. 괄목상대는 '눈을 비비고 상대방을 다시 대한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부쩍 늚'을 비유한다. 특허청도 자체 수수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후 지난 1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괄목상대'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당시 특허청 과장이었는데, 이후 국장을 거쳐 차장에 이르는 동안 많은 변화를 직접 몸으로 체감해 왔다.
"기업이나 국가경제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다. 세계는 지금 인재로 경쟁한다"며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교수가 말했다. 지식재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지금은 삼성-애플의 특허분쟁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 국민의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지만,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불과 한세대 전인 30여 년 전에는 지식재산 전문 교육기관조차 없었으니 말이다.198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주요 뉴스를 장식하던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는 주요 의제로 포함되었다. 주요 교역 상대국들은 지식재산권을 수단으
작년 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알파고의 압승은 자율학습 능력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1년이 지난 지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박람회(CES)에서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쏟아져나왔다. AI와 스마트폰의 결합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전철을 타면 으레 볼 수 있었던 신문들이 어느 때부터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었고,
성큼 다가온 봄. 아직 서툰 봄이지만 장관을 볼 수 있는 명소가 있다. 세계적인 생태습지로 손꼽히는 전남 순천만이다. 필자도 황금빛 갈대의 물결, 갯벌에 노니는 게와 짱뚱어, 철새를 보며 감탄한 적이 있다. 생태습지의 퇴적물은 미생물과 수생식물의 활동을 왕성하게 한다. 이는 곤충, 어패류의 먹이가 되고 이들은 다시 물새, 수달 등의 먹이사슬로 이어진다. 동식물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양분이 된다. 자연 생태계의 섭리가 신기할 따름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지식재산권 분야도 자연 생태계의 섭리와 비슷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바야흐로 졸업식 시즌이다. 우리가 시작으로 알고 있는 '커멘스먼트(commencement)'는 졸업이란 뜻으로 많이 쓰는 표현이다. 이 단어가 졸업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졸업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창조적 시작'을 의미하는 커멘스먼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잡스는 애플 해고 당시를, 성공이란 중압감에서 벗어나 초심자의 마음으로 인생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한 시기로 회상했다. 잡스는 이 시기 중압감에서 벗어나 픽사,
2017년, 정유(丁酉)년은 '붉은 닭'의 해다. 붉은의 의미가 밝다, 총명하다와 통하고 닭의 역동성과 개벽을 알리는 울음소리를 들어 도전과 비상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선인들은 이런 닭의 외모와 행동을 통해 다섯 가지 덕(五德)을 전하고 있다. 머리에 관(벼슬)을 썼다해 문(文)덕,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싸움에 능하니 무(武)덕, 적을 맞아 물러서지 않으니 용(勇)덕, 먹을 것은 동료와 함께하니 인(仁)덕, 어김 없이 때를 알리는 신의가 있어 신(信)덕 등 이를 '계유오덕'이라 한다.필자는 정유년 발명가를 꿈꾸는 이들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범죄 패턴을 분석해 범죄 시각과 장소를 사전에 예측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표현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일부를 보여준 것이다. 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지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세계 경제포럼에서는 이를 디지털, 바이오 기술과 물리학 등 기술 간의 경계를 허물고 이들을 융합하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물
국제적으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손꼽히는 노벨상. 매년 12월이면 스웨덴에서 시상식이 열리지만 우리에겐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려왔다. 오히려 이웃 나라의 노벨상 수상소식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비슷한 시기에, 노벨상에 버금가지는 않지만 특허기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의 우수한 발명품들을 보고 그나마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특허기술상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특허청에 등록된 우수한 발명, 디자인을 발굴해 시상하는 상이다. 발명문화 확산과 산업의 발전, 기술을 개발한 발명자의 사기진작을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주객병존(主客幷存)'이란 말이 있다. 중국의 10대 병서 '당리문대(唐李問對)'에 나오는 병법 중 하나로 "공격 속에 수비가 있고, 수비 속에 공격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공·수를 하나로 묶은 주객병존의 개념은 전쟁의 이치를 꿰뚫는 병법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오늘날, 주객병존의 묘리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지식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라는 현대의 새로운 전장(戰場)에서, 지식재산은 독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창인 동시에 다른 경쟁자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그럼 우리 중소기업은 시장이란 전쟁터에서 이기기
횡성한우. 한국인이면 누구나 강원도 횡성에서 생산되는 한우를 표시하는 상표로 알고 있다. 횡성한우 상표에 대한 권리도 우리나라에선 '횡성축산업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횡성축산업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왜냐하면 중국 현지인 '김ㅇㅇ'이 선점해 버렸기 때문이다. 국내 유명 상표가 중국 등 해외에서 도용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40여명의 현지 '상표 브로커'가 우리 기업 600여 개사의 상표 1000여 개를 선점했고, 브로커 1명이 약 300여 개의 상표를 선점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생명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해 약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일반 제조업과 단순 사무직은 물론이고 금융인, 의사, 약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들도 사라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앞으로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가, 가상현실 전문가, 드론운항관리사, 아바타 매니저, 우주여행 가
특허권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즉 발명을 공개하는 대가로 국가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이를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는 발명자가 이윤을 독점하게 하고, 이윤의 독점은 새로운 발명을 촉진하여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을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이러한 특허제도 하에서 각 기업들은 '특허의 독점권'을 무기로 시장 확보 및 이윤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수년간에 걸쳐 벌어진 삼성과 애플간 특허분쟁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때로는 경쟁기업간에 크로스 라이센싱(Cross-Licensing)을 체결하여 후발주자를 견제하기도
고구려의 시조 '주몽'에 얽힌 설화 중 이런 대목이 있다. 주몽은 어려서부터 활쏘기 등 능력이 출중해 금와왕의 왕자들에게 미움을 샀다. 이에 금와왕은 주몽에게 마구간지기를 시켰는데, 주몽은 자신이 점찍어 둔 명마(名馬)의 혀에 바늘을 꽂아 먹이를 잘 못 먹게 해 볼품없는 말로 만들었다. 금와왕 자신은 살찐 말을 타고 이 말을 주몽에게 주었고, 주몽은 다시 잘 돌봐서 예전의 명마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왕자들이 주몽을 해치려고 하자 주몽은 명마를 타고 도주했고, 고구려를 건국하게 된다는 이야기다.필자는 주몽이 꾀를 써 명마를 얻는
가을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야구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길 기대하며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환호하고 축제를 즐긴다. 선수들은 각자의 명운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 경기가 끝나면 모든 관심은 선수들에게 쏠린다. 심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만약 심판이 두드러져 보였다면, 그날 경기는 판정시비로 얼룩진 경기였을 것이다.야구경기가 끝나면 필자의 눈길은 선수보다 조용히 퇴장하는 심판들에게 향한다. 아마도 특허청 심판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필자가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들이 겪는 특허 분쟁은 야구 경기와 비슷하다.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전직 바둑기사였던 장그래가 종업원으로 근무하며 '인공지능 바둑기사인 알파고'를 개발해 회사가 대박을 터트렸다면 미생이던 장그래의 인생이 바뀔수 있었을까.필자는 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어, 장그래의 인생이 '완생'으로 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종업원인 장그래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직무발명제도 때문이다. 직무발명이란 말 그대로 직무상 발명을 의미한다. 종업원이 회사에서 일하며 창조해 발명한 것이다. 직무발명을 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