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엔 없는 콘서트전용홀 上 왜 필요한가

대전은 대전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우송예술회관, 배재대 21세기관, 충남대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한남대 성지관 등 여섯 군데의 종합공연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콘서트 전용홀은 하나도 없고 교향악·합창·뮤지컬·연극·국악관현악 등 이질적인 장르의 공연을 두루두루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다목적홀이다. 때문에 이 같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번갈아 무대에 올릴 수는 있지만 장르 고유의 소리를 향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전에도 콘서트 전용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등에 따르면 다목적홀과 콘서트 전용홀은 설립 목적과 설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모든 장르의 공연을 위한 다목적 홀은 숨겨진 공간이 많기 때문에 무대 뒤쪽의 공간이 넓은 반면 음악 공연만을 목적으로 하는 콘서트 전용홀은 무대 뒤쪽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해 보이는 무대 뒤 공간의 유무 차이는 오케스트라·합창 등의 공연에 있어 이 차이는 치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주자에게서 시작된 음향은 충분한 울림을 거쳐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무대 뒤에 숨겨진 공간이 있으면 그 소리가 충분히 울리지 못하고 새어나가게 된다. 다목적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반사판 등을 설치하지만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류명우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는 "다목적홀은 오케스트라의 음향이나 기악의 음향에 대한 고려가 돼 있지 않다"며 "대전예술의전당의 음향은 콘서트 전용홀이 있는 서울예술의전당과 대구 시민회관에 비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전예술의전당의 잔향(실내의 발음체에서 내는 소리가 울리다가 그친 후에도 남아서 들리는 소리)은 만석시 1.8초로 서울예술의전당의 2초보다 짧다. 수치상 0.2초 차이로 보이지만 전문 공연에서는 현저한 차이이다.

문옥배 음악평론가는 "다목적홀과 콘서트 전용홀의 차이를 한마디로 한다면 어느 좌석에 앉아 있든 관객에게 자연음향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있다"고 전제한 뒤 "개발·산업화 시기 절대적인 공연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회관 수준의 공연장을 지었다면, 이제는 수준 높은 공연을 원하는 관객의 장르별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전예술의전당 공연 중 음악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대전예술의전당에서의 누적 공연 총 횟수는 음악·오페라가 737회, 연극·뮤지컬이 824회, 무용이 195회였다. 대부분 공연이 장기간 이뤄지는 연극과 뮤지컬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연 `횟수`가 아닌 공연 `개수`에서는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게 대전예술의전당 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기획공연이 아닌 대관공연의 경우 음악 장르가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음악공연 비중이 훨씬 높다.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음향이 뒷받침 되는 곳은 아트홀이지만 그나마 콘서트 전용홀이 아니기 때문에 음의 잔향시간 부족, 음향이 무대 뒤로 다 빠져나가 앞에서 들리는 음량이 줄어든다"며 "이때문에 지방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음악 공연들을 유치할 수 없어 지역 간 문화의 불평등 뿐만 아니라 수익 창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콘서트 전용홀을 하루빨리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경기 고양아람누리·성남아트센터, 대구시민회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등에는 콘서트 전용홀이 운영되고 있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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