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 짓기 서현 지음·효형출판·272쪽·1만 4500원

여름이면 제주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운이 좋으면 버스보다 싼 가격에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고, 섬이라는 화려한 환경 속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살고 싶은 지역에 꼽히기도 하고, `제주 한 달 살기`라는 새로운 여행 트랜드도 생겨났다. 제주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짬을 내어서라도 제주를 찾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환상적인 풍광과 청정 자연은 제주의 가장 큰 강점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뿐만아니라 제주는 동아시아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부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화려한 집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는 곧 세계적 건축가들의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이 들어서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에서 10분 정도거리에 떨어진 한 집이 눈에 띈다. 새하얀 외벽, 모서리에 난 창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질문이 뒤따른다. 누가 살며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책은 건축가인 서현 교수의 첫 번째 집 짓기 책이다. 그간 펴낸 책이나 지은 건물도 많지만 건축가로서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기록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도면과 스케치부터 건물 완공 후 사진까지 시각 자료를 다채롭고 상세하게 수록해 놓았다. 물론 단순히 건축의 기록을 담아놓은 책은 아니다. 그가 집을 지으면서 했던 고민, 어이없는 실수, 어김없이 나타나는 난관 등 대충 넘어갈 법한 이야기에서부터 무거운 고민까지 이야기를 덮어두거나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써내려 갔다.

저자는 바다를 감상하는 데 쓸데없이 방해가 되는 풍경을 지워버리거나, 수평선을 유리창에 담기로 한다. 수평선을 향한 갈망과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창을 건물 모서리에 낸다. 이 집의 이름은 `시선재`다. 바다와 태양이 보이는 집.

TV나 잡지에서 보면 멋진 집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매끈한 결과물에는 이야기가 없다. 집을 짓는 동안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그 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는 모른다. 덧셈보다 미분방식을 푸는 게 더 좋다는 요상한 건축가. 그가 제주에서 만들어 낸 세모난 집이란 무엇일까.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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