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채용, 리베이트 복병 만나 의회권력 지탱하는 세 솥발 파열음 국민상식·원칙 잣대 재설계 할 때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20대 국회는 원내교섭단체 기준으로 3당 정립(鼎立) 체제다.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원내 3당으로 부상한 결과다. 새누리당 의석이 줄어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선방했으며, 진보정당은 순위가 한 칸 밀려났다. 시쳇말로 국민의당은 4월 총선의 히트 상품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에서 떨어져 나간 세력이 38석을 얻을 것이라고는 예측이 잘 안 됐다. 지역구 투표와 정당선호 투표를 달리하는 분할 투표의 위력이지만 국민의당 소구력이 컸음을 뜻한다.

그런 3당 체제가 개원 국회 한달도 안 돼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회라는 큰 솥의 하중을 3당이 나눠 지탱하라는 총선 민의와는 달리, 각자 사정으로 수렁에 빠져 들고 있음을 말한다. 국민의당 사정부터 딱하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 후과로 호떡 집에 불난 듯 우왕좌왕이다. 어제 자로 임계점을 넘기기는 했다. 파장이 걷잡기 어려워지자 안철수·천정배 두 공동대표가 동반사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대표직 사퇴는 정당 수뇌부가 꺼내들 수 있는 최고 수위의 대죄(待罪) 카드다. 자리를 내놓고 백의종군하겠다고 하면 인간적으로 코너로 몰아가기가 쉽지 않다.

국민의당 홍보비 사건은 돌연한 `염좌(捻挫)` 증세다. 3당 솥발 중 국민의당 솥발에 이상이 생긴 것이고, 국회의 협치 기능 작동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두 대표 공백을 메우는 문제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대행 체제든 비대위 체제든 다른 두 당을 상대하는 일이 버거울 듯하다. 현재 새누리, 더민주도 비대위 체제로 굴러가고 있지만 8· 9 전대, 8·27일 전대까지 한시적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어떤 체제를 선택하든 온전한 당 지도력을 복원하려면 시일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당의 지배주주 격인 두 대표 리더십을 실효적으로 대체할 묘수가 찾아질지 알 수 없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의 더민주도 내상이 깊다. 서영교 의원 친인척 채용 후폭풍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의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수사는 정치 구도상 더민주에게 여론의 소나기 비난 세례를 약화시키는 `남의 불행`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서 의원 징계 문제를 적당 선에서 매듭짓고 넘기기 어려운 프레임이 돼 버렸다. 역설인지 죄수의 딜레마인지 헷갈린다. 국민의당은 두 대표 퇴진 카드를 불사했다. 이제 국민 시선은 더민주에게 쏠리고 있다. 사안의 성격과 양태가 다르고, 범죄 혐의를 다투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울지 모르나, 서 의원 사태는 가장 예민한 국민의 상실감을 자극한 탓에 당헌·당규 논리가 먹혀 들지 의문시 된다.

새누리도 남의 눈에 티끌만 삿대질할 때 계제가 못 된다. 총선 패배 뒤, 비대위를 늑장 구성한 것도 모자라 탈당파 복당 문제로 당이 쪼개질 듯 앙앙불락해 온 정당이고, 이웃 집들 환란이 아니었으면 계판간 내홍으로 한숨 돌리는 일은 어림없었을 것이다. 당장 박인숙·김명연 의원이 친인척을 부적절하게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등장 밑이 어둡다고 한다. 새누리와 박·김 의원이 답답한 것은 곤욕을 치르는 더민주를 보면서 `현행범` 진행 상황을 방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매를 맞더라도 더민주 서 의원 사태가 터졌을 때 곧바로 시정하든가, 아니면 자복했어야 하는데 깔아 뭉개듯 하다 들켜버린 꼴이다.

국회 솥발 세개가 3당이다. 양립이 아닌 정립질서로의 전환이다. 그런데 현실은 세 솥발이 기우뚱거리고 있다. 서로 곧추서 있기는커녕, 하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도미노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 허물을 꾸짖고 책임을 추궁하며 서로의 꼬리를 물겠다고 덤벼드는 형국이다. 사달이 발생한 뒤 초기 대응 조치에 따라 여론은 순응하기도 하고 요동치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3당은 공히 패착을 둔 것이나 다름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도 막고 있다는 점에서 오십보백보다.

3당의 자중지란과 파행은 20대 국회의 실패를 예고한다. 그렇다면 결자해지라고 했듯, 문제 해결의 책임도 정치권에 있다. 그 출발은 국민상식과 원칙의 잣대여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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