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 양분화 시달리는 한국 모든 세대 어우러지는 사회되길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중에 잠시 시간을 내 주위를 둘러본다. 책상 위에는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책과 서류 사이에 질서 없이 놓여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IT(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은 예외 없이 나의 책상에도 공습을 가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종종 던지는 질문이 하나 생각난다. "전화 번호 10개 이상 외우는 사람 있니?" 이 질문에 손을 드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TV 프로그램이 중에 모 방송국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방영했던 `묘기대행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종종 등장했던 주제는 전화번호를 100개 이상, 혹은 영어 단어를 꽤 많이 외우는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했다. 다시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면 어떤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꽤 많은 전화번호를 기억하면서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거의 모든 전화번호는 스마트폰에 입력돼 있는 상태로 이름만 검색하면 전화번호가 나타나니 우리의 머리가 해야 할 일을 IT 기기들이 대신한 지 꽤 오래된 듯한 기분이 든다.

IT의 빠른 발전은 우리들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줬다. 힘들게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는 번거로움은 인터넷이라는 IT의 위대한 발명품이 대신하고 있고, 여행의 낭만을 보여주던 지도는 이미 네비게이션으로 대체됐다. 이러한 편리함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나날이 윤택해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는 논어의 위정 편(爲政篇)에 나오는 말로 `옛날 것을 학습하여 새로운 것을 익히면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IT의 발전은 분명히 이러한 온고이지신의 교훈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도 물체의 윤곽을 인식하는 원뿔 세포와 색을 구분하는 원추 세포 등 눈의 원리를 파악한 `온고(溫故)`를 학습해 CCD(Charge Coupled Device)와 RGB 필터 등의 IT 장비들로 구현한 `지신(知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 메일은 오프라인의 우편시스템과 거의 흡사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온고이지신`의 철학이 담겨 있는 IT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세대에 따라서 나눠지고, `온고이지신`의 철학이 철저히 배제된 느낌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의 모든 면에서 양분화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경영자와 노동자, 진보와 보수, 노인들과 청년으로 양분화 되어 서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IT의 빠른 발전 속에서도 `온고`와 `지신`의 나눔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IT 기기에 친숙하며 정보의 활용에 능숙한 젊은 세대들은 `온고`가 부족하고, IT의 발전을 뒤늦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노년 세대는 `지신`을 힘들어 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IT 기기들을 받아들여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리우고, IT의 편리함을 마음껏 누리고 있지만 IT의 발전 이면 속에 존재하는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고, IT의 발전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노년 세대들은 정보의 빈곤으로 인해 IT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IT가 여는 새로운 세상을 사람들은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하나의 IT 기술이 아닌 거의 모든 IT 기술이 조화롭게 융합되어야 가능한 IT의 궁극적인 목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IT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구현되어야 하는 하나의 목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논어의 위정 편에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고 소인은 비이주주(比而不周)니라`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모두를 생각하는 처신을 하고, 소인은 가까운 사람만을 생각 한다`는 의미이다. 정보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경제적인 상황까지 달라지는 정보 혁명의 시대에 젊은 세대들에게는 노년 세대의 생각의 깊이인 `온고`를 생각하기 위한 군자의 `주이불비`가 필요하고, 노년 세대에게는 IT의 편리함을 받아들이기 위한 군자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의 `온고`와 `지신`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사회가 진정으로 우리가 꿈꾸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가 아닌가 한다. 미래의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의 멋진 모습 속에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주이불비(周而不比)`를 떠올려 본다.

박시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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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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