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웬만해서는 청사 밖으로 나가 직접 몸으로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법원 본연의 역할이 법정심리를 통해 판결과 결정을 하는 것이고 판결 등을 집행하는 것도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전가정법원은 2014년부터 매년 `길위의 학교` 즉, 소년보호재판을 받는 10명 내외의 청소년들과 약 10일 동안의 여정으로 지리산둘레길 등을 200km 이상 함께 걷는 적극적인 선도프로그램을 시도해 오고 있고, 올해에도 6월 15일에 출발한다.

그런 `길위의 학교`는 인력과 비용,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법원을 벗어나 세상과도 격리된 한적한 길에서 오랜 시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며 많은 변수도 예상되기에 법원으로서는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고, 굳이 안 해도 되는 고생을 사서 하는 겪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전가정법원이 `길 위의 학교`를 시작한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고, 당시 2년째 소년부 판사를 맡고 있었던 필자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9박 10일 동안 230km를 걷는 여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청소년들의 재범율이 위험 수준을 넘고 있음을 경고하면서 그 원인이 청소년들 개개인에게 있다기보다는 가정의 보호기능 약화, 사회적 무관심, 전인교육의 상실, 인터넷을 통한 성인물·폭력물의 무분별한 보급 등 사회구조와 환경적인 문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필자는 2년 동안 소년재판을 담당하면서 비행에 이른 청소년들이 건전한 욕구와 가능성이 충분히 지지받지 못하는 위태로운 환경에서 성장해 왔고 그 내면에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각성 등 긍정적인 성장을 위한 정서적 기반이 성숙되어 있지 못한 예를 적지 않게 봤으며, 소년교정을 위한 현재의 프로그램들이 통제와 수용, 외적강제에 의한 교육이라는 측면에 치우쳐 있어서 청소년들에게 자긍심과 가능성을 일깨우고 건전한 성장을 향한 내적 에너지를 성숙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프랑스에서는 소년원에 수감 중인 청소년이 동행자 1명과 함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3개월 동안 숙식하며 약 2000km를 걷는 것을 완수해 내면 곧바로 사회로 돌려보내는 교정프로그램(일명 `쇠이유`)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마친 청소년들은 높은 자긍심과 성취감을 얻고 사회의 건실한 일원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특히 재범율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이는 높아가기만 하는 청소년 재범율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버리고 그에 정면으로 맞선 적극적인 선도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쇠이유`와 같은 내적강화 방식의 교정프로그램이 법률과 정책으로 제도화 되고 많은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걸으며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제대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엉덩이가 무거운 법원이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지 않아 그야말로 벅찰 수밖에 없는 `길 위의 학교`를 매년 출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고춘순 법무법인 베스트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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