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만으로 공익활동 한계 주민들 기금 모금 참여 독려 사회공헌 지속성 높여가야

좋은 일도 호구지책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요즘 자주 듣게 된다. 지역의 활동가 분들을 보면 공익을 위해 너무 좋은 일들을 하고 있고 스스로도 보람을 느끼지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먹고 살기 힘들어서이다.

보통 공익적인 일들은 누군가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일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선뜻 나서기에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익을 위한 조직이나 단체를 후원을 하며 힘을 보태기도 한다. 그런 후원 뒤에는 내가 나서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맘이 담겨 있을 것이다.

최근 비영리활동가들이 조직에게 보내는 편지가 인터넷에 회자된 적이 있다. 한 젊은 활동가가 보람을 가지고 일을 하다가 떠나는 이유를 편지 형식으로 담은 것이다. 그 편지에는 이 영역과 활동을 너무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다는 애틋함이 담겨져 있다. 마치 연애편지를 읽는 것 같다. 편지에는 헤어짐의 이유로 불투명한 노후와 이 월급으로 20년 후에도 생활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사명과 희생만으로 공익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청년들이 얼마나 어려운데 열정페이를 강요하냐고 말하기도 한다. 매우 동감한다. 소명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그 활동과 결단을 지속가능하도록 지지해주어야 한다. 그럼 사회적경제 영역은 어떨까? 종종 유행처럼 창업을 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허덕대다가 좀비 처럼 수혈을 받고 지원기간이 끝나면 사업을 접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산업구조가 변해 불가항력적으로 사업을 접기도 한다. 직접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나을까? 많은 지역사회 네트워크 조직, 연합회에서는 활동가의 개인기나 희생으로 사업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일이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는 말을 어쩔 수 없이 반복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물적 토대를 만들 때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면 좋겠다.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최우선적으로 충청남도 사회적경제 기금을 공론화하였으면 한다. 마침 충남에서도 기금에 대한 논의와 조그마한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한번 참여했다가 실망하지 않도록 잘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협동조합 간의 협동의 원칙으로 신용협동조합이 협동조합들을 돕도록 만들어야 한다. 신용협동조합들이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금고의 역할 뿐이 아니라 동료 컨설팅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역의 다양한 조직들의 선한 맘들을 모아 후속세대를 키우고 상호부조를 하고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획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보자.

민에서 기금을 먼저 모아보자.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적절한 플랫폼이 있다면 선뜻 이윤의 1%를 쾌척하겠다는 동네기업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조직은 왜 노동조합과 손을 잡고 함께 일을 도모하는 상상을 하지 않는가. 많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나름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데 기금을 내면 사회공헌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껏 모르고 있었던 일인가? 아니다. 모두 다 선진사례들을 접하고 부러워했던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마음과 뜻을 모아 이미 실천을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민에서 이렇게 기금을 모으고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하면 관도 이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민에서 기금만큼 일대일로 매칭하거나 사회적기업들이 대출 시 정부가 신용보증을 하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마다 공동체 기금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목적에 동의하는 선배기업들이 우선적으로 나서서 물적 토대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충남에서 적어도 20여 개 사회적 기업은 함께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작을 바탕으로 도민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보자. 우리 지역에 일할 청년이 없어 문제이지 않느냐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지원하지 않겠냐고 꾸준히 설득하여 보자. 임팩트 투자를 이끌어 내보자. 이렇게 자립의 토대는 만들어진다. 실천하자.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김혜경 공동체 세움 이사장·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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