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반 총장 대권 여지 둬 관심 고조 명분있는 충청대망론에 다수 잠룡 회자 지역주의 치부 우려에 합리적 대처해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년 여만에 방한했다. 제주포럼에 참석 중인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여의도 정가는 들썩이고, 그의 행보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단 한번도 구체적 정치적 언행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선주자중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더욱이 평소 대선 관련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않던 그가 이번 방문에선 첫날부터 유의미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자, 다양한 정치적 해석과 무수한 대선 시나리오가 뒤따르는 분위기다.

당초 이번 일정에서 반 총장은 특정 정치인을 만나거나 정치적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유엔에서의 남은 임기에 충실하겠다는 표면적 논리는 차치하더라도, 대선이 1년 반이나 남은 시점에 대선후보로 구체화되는 것은 누가 봐도 이르다.

더군다나 여당 내 친박계가 주류를 형성한 상황에서 유일무이(?)한 후보로 거론될 경우 친박 프레임에 갇힐 우려도 크다. 실제 야당에선 이 프레임에 가둬두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며, 당내 비주류 일각에서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친박 꼬리표로 인한 반감도 내제돼 있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출국한 시점에 반 총장이 입국한 일정을 `청와대를 넘기고 받는 것`에 빗대어 사전 교감 또는 모양새 맞추기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반 총장이 이 같은 분위기 및 정치적 역학관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작심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정가에선 다양한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로 흐를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유력 대선후보라는 점이다. 또 그의 출마 가능성은 높아졌고, 이제 무수한 난관을 직접 뚫고 나가야 한다는 숙제도 생겼다.

세간의 관심은 반 총장과 함께 충청대망론에도 집중된다. 반 총장의 대선구도 연장선상에서 충청대망론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고, 거시적인 충청대망론 속에 반 총장을 하나의 경우의 수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충청대망론은 또 다른 지역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협치`와 `소통`이 최고의 키워드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역적으로 기존 영호남 갈등구조를 탈피하려면 충청권이 화합과 융합의 리더로서 전국을 아울러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시대적 사명이다.

물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과 경륜 등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있기에 충청대망론과 충청출신 잠룡은 상호작용을 통해 그 파괴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대권주자로서 반 총장이 가장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더민주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도 대선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급속도로 확장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외에도 자질면에서 타 잠룡들보다 돋보이는 충청출신 중진이 한 둘이 아니다. 4.13 총선이후 여야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에도 충청출신 인사들이 대거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걱정시키는 구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충청의 책임이 무거워지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미래지향적인 정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파 또는 이해관계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행태는 더 이상 안된다. 차별화된 국가발전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충청대망론을 지역주의로 치부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충청인들은 인물이 안됨에도 지역출신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결집하지는 않는다.

검증이 안됐다면 더 철저히 검증할 것이고, 자질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게 충청의 정신이다. 여야 유력 잠룡들이 있음에도 충청에서 분위기를 앞세워나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같은 충청의 특성을 악용해 충청출신 잠룡들을 일단 띄워놓고 `아니면 말고`식의 구태정치를 추구하거나, 충청대망론을 지역주의로 몰아가는 세력이 있다면, 그 때는 충청의 결집된 힘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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