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째 정치여정 순탄했지만 여당 원내대표직은 도전적 무대 1년 일 잘하면 주목도 오를 것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정진석(경칭 생략)이 그제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낙승했다. 20대 국회 새누리당 122명 의원의 간판으로 충청 출신이 뽑힌 것은 정치인 정진석의 행운이자 인복이다. 집권당 원내대표 자리는 팔을 뻗는다고 쉽게 손이 닿는 곳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 참패했어도 여당 원내사령탑이 의회권력의 핵심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연하면 그만한 지위에 충남 공주가 배출한 인물이 올라 지역정서도 남다르다.

4선 고지에 오른 정진석의 17년 째 정치여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언론인 생활을 마감한 그는 1999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특보로 정치에 입문해 이듬해 16대 총선에서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지역 선거구인 당시 충남 공주·연기의 15대 의원은 부친인 정석모 전 장관이었다. 흔한 말로 정치 대물림내지는 지역구 상속으로 보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정치인의 성장은 스스로의 몫이고 개척해 나가기 나름이다. 그런 면에서 정진석의 그간 정치인생 성적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영·호남 지역 구도의 약자인 충청에서 정치에 발을 담근 뒤 지역구·비례대표 포함 4선,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 등 경력을 쌓은 부분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여당 원내대표를 맡을 만큼 중진 반열에 오른 정진석은 정치인생 2 막에 접어들었다. 주어진 임기가 1년이고, 이 기간은 그의 정치인생 전성기 또는 잘하면 황금기로 기록될지 모른다. 같은 원내대표직이라도 임기 개시와 종료 구간의 정치일정이나 정치환경에 의해 해당 원내대표의 정치적 비중과 역할 공간의 크기가 형성된다. 정진석은 그 부분에 관한한 일복을 타고 난 경우다.

특히 원내대표 임기 중에 여당의 차기 대선구도에 대한 기초설계가 완성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개 정기국회 이전에 당내 대선주자 경선을 치러온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정진석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말쯤 이면 여론지지도 1,2위를 다투는 유력주자들이 부상할 시기다. 더구나 현재 새누리당 대선주자들 지지도는 총선 이후 폭락한 상태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 얘기는 적어도 정권 재창출과 관련한 정진석의 정무적 활동 폭이 탄력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신의 원내대표 임기중에 매우 민감한 대선 일정 전반부를 관장하게 된다는 것은 고도의 정치행위를 요한다.

문제는 그런 작업을 정진석이면 능히 해낼 것인지에 있다. 현재 시점에서의 대답은 `불가능하지 않다`다. 그가 정치에 입문해 주창해온 정치적 모토가 `사다리 정치`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이 용어를 자전적 에세이 표제로 사용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정진석 정치`를 관통하는 핵심어가 바로 사다리 정치라 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한 사례가 있다.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돼 갈등관계에 있던 이 대통령과 현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을 성사시킨 일이다. 이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정진석이 김종필의 자민련, 심대평의 국민중심당(이후 자유선진당), 이명박·박근혜 시절의 한나라당을 섭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선택과 판단, 운신의 가치에 대해 스스로 규정한 개념이 사다리 정치임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정진석표(標) 사다리 정치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국회 환경과 의회 권력 지형은 일상어로 하면 `협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여기에 이론적으로 살을 조금 붙이면 사다리 정치론 쯤 된다. 향후 전개될 국회내 정당간 원내 질서, 다당제 아래서의 갈등 관리를 위해선 사다리 정치가 국회 생산성과 효율성을 담보하지 않을까 싶다.

기업이 `신상`을 시장에 선 보이듯 정진석 상표가 붙은 `사다리 정치`가 제품으로 시중에 출시(出市)됐다. 어쩌면 창고에 잠 잘 수도 있었던 제품이다. 망가진 기업 새누리당 상황이 정진석과 그의 사다리 정치를 호출해낸 셈이다. 단, 사다리를 눕혀 놓을 때와 세워 놓을 때를 잘 분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능하면 `줄다리기 기능`을 추가 옵션으로 장착해두길 바란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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