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기록 열람거부를 둘러싼 시비가 언론에 보도되는 예가 적지 않다. 공감되는 바가 있어 그 속을 들여다보니, 나름 유명한 상류사회(?) 사람들 얘기가 나오거나 정치적 신경전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들이 대부분이고, `검찰도 골치가 아프겠구나!` 생각에 시선을 거둔다.

그런데 정작 수사기록을 보여주지 않아서 `순수하고 조용하게` 속을 태우는 사람들은 낮은 곳에서 가진 것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신문에 나오는 사람들은 검찰이 잘못하는 것이라고 언론에 어필해 대들기도 하고, 법원에 소송을 걸어 소기의 성과라도 얻어내지만, 대부분의 민초들이야 감히 그럴 수나 있겠는가.

얼마 전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사무실로 찾아왔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농사를 지으며 정말 순박하게만 살아온 사람이었다. "정말 억울해서 법무사가 고소해 주었는데, 검찰에서 무혐의라는 서류가 왔어요. 검찰청에 갔더니 무고죄로 걸지 않은 것을 다행인 줄 알라며 차갑게 얘기해서 얼른 나왔어요. 사건서류라도 복사해 달라고 했는데, 다른 서류들은 전부 안 된다고 하고 제가 진술한 조서만 복사해 주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죠."

검찰은 검찰보존사무규칙으로 불기소사건기록의 열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다섯 가지로 정해 놓았다. 그 하나가 `기록을 공개함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데, 그 재량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는 개개의 사건에 꼭 맞는 업무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이현령비현령`의 규정이 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실무는 사건의 내용, 서류의 종류, 열람복사의 목적 등을 가리지 않고, 공개를 신청하는 사람이 제출하거나 진술한 조서만 복사해 주고 마는 것 같고, 관행으로 정착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진짜 궁금하고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진술내용이고 수사를 통해 수집된 다른 서류들인데 말이다.

그 많은 서류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공개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매우 어렵고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이고, 실제로 그런 노력과 시간을 들여 부득이 제한하는 것이라면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아주머니는 결국 "무섭고 힘이 드네요. 그냥 포기하고 살렵니다"라고 말했다.

수사를 잘못했다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그런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가 없다는 것. 즉 충분히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고 안타까운 것이다. 국가기관에 일정한 재량을 부여하는 것은 필요하며 운영의 묘가 제대로 발휘된다면 그 유용성과 이익은 일반국민에게 널리 퍼질 것이다. 다만, 국가기관의 재량권은 그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행사되고 있다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투명해야 한다.

속 시원하게,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어떤 진술과 서류들이 나타나서 불기소가 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면, 억울함이 덜 하거나 수긍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주머니가 포기한다는 것이 비단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뿐만은 아닌 것 같다. 고춘순 법무법인 베스트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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