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감정이 사랑이라 착각 슬픔·고통·조건을 초월한 마음 순수를 지닌 성숙된 삶이 참사랑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감정이 곧 사랑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 그 혼란 속에서 사랑이라는 뜻을 단순히 어떤 사람을, 심지어 동물이나 사물까지도 포함한 특정 대상을 좋아하는 감정이나 혹은 그 열정 안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행동 등을 사랑의 정의(定議)로 앞세운다. 그러다 보니 사랑이라는 말이 어느 땐 너무 가벼운 말처럼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랑은 결코 어떤 현상이나 감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의 내면 안에서 정의되어야 한다. 아래에 서술되어 있는 글을 보면서 이런 경우에 그 상대방을 향한 `좋아함`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그 사람에 대해 이런 저런 자꾸만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은 좋아함일까, 사랑일까? 반면에,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작은 부분이라도 그것이 소중한 것은 좋아함일까, 사랑일까?

그 사람이 슬퍼하여 눈물을 흘릴 때 눈물을 닦아주는 것은 좋아함일까, 사랑일까? 반면에, 그 사람 옆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은 좋아함일까, 사랑일까?

그 사람이 아플 때 약을 사다 주는 것은 좋아함인가, 사랑인가? 반면에, 아픈 그 사람보다 내 마음이 더 아파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좋아함인가, 사랑인가?

그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에 보고 싶은 것은 좋아함인가, 사랑인가? 반면에, 그 사람과 함께 있어도 항상 그리운 것은 좋아함인가, 사랑인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것은 좋아함인가, 사랑인가? 반면에, 그 사람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좋아함인가, 사랑인가?

그 사람이 나만을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것은 좋아함일까, 사랑일까? 반면에, 내가 그 사람만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고 기쁜 것은 좋아함일까, 사랑일까?

`좋아함`이 곧 `사랑`의 모든 의미를 충족시킬 수 없다. 어쩌면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한시적으로 느끼는 속성을 담고 있기에, 때에 따라 그 정도와 대상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내 안에 그가 있음`이라는 존재적 차원이기에 지속성과 항구함이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좋아함`과 `사랑`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표현은 `좋아함`을 뛰어넘어 더 깊은 내적인 삶, 곧 슬픔과 고통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다 더 성숙된 삶에 직결되어 있다.

이태리어로 `사랑`이라는 단어 AMORE(아모레)는 라틴어에 AMOR(아모르)에 근원을 두고 있다. 라틴어 AMOR는 `Anti(-을 반대한다)` 라는 뜻의 단어와 `Mors(죽음)` 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그 의미는 `죽음을 반대한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사랑은 말 그대로 죽음의 반대이기에 `삶`이 된다. 곧 사랑의 삶은 이제 죽음을 넘어 살아있음의 `생명`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더 이상 비논리적이며 추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

그렇다! 사랑을 믿고 사랑을 받아들이는 삶은 생명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순수한 인간성 안에서만 찾을 수 있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빛나는 삶이 아니던가?

이제 내 스스로에게 자문해 볼 때다. 내 가족은 물론 내 주위 사람들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사랑하는가? 달리 표현하여, 내 가족과 이웃사람들이 얼마만큼 나 자신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사랑하는가?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똑같은 이 질문은 곧 얼마나 진지하고도 진솔한 삶인지에 대한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대답이 된다.

곧 부활을 맞이한다. 사제이면서 동시에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눈을 감고 조아려본다. 좋아하는 어떤 대상이나 일들을 택하며 사는 일상의 생활을 넘어서, 주어진 삶의 모두를 비록 아픔과 힘겨움이 동행될 지라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나 스스로가 사랑이 되는 생명의 삶으로 이끌어 주시길….

최상순 대전교구 가정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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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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