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how`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쇼 아님`이니까, 조금 더 살을 보태어 대략 `생쑈 금지`(?). 이런 뜻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No-show란 말은 예약을 해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고객)를 일컫는 말로, 우리말로 하자면 `예약 부도`쯤 되겠다. 원래 항공업계에서 사용되던 말이었으나, 지금은 음식점, 미용실, 병원 등 서비스 업계 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미리 식자재를 준비하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No-show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No-show가 그렇게 문제라면, 어떤 사람들은 음식점이 예약을 안 받아 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경제적 피해 규모를 알고 나면 결코 No-show를 가볍게 넘겨버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한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서비스 업종(음식점, 병원,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의 예약 부도율은 평균 15%(음식점은 약 20%)로, 1년에 매출 손실은 약 4조 5000억 원, 고용 손실은 약 10만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No-show로 인해 이와 같은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까지 무너져 가고 있는 점을 볼 때 이제 이 문제를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도 소비자와 사업자가 win-win 하는 거래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 주요 과제 중의 하나로 No-show 근절을 선정하였으며, 주요 사업자단체 등과 협력하여 No-show 근절 캠페인과 소비자 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나아갈 예정이다.

No-show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의 사고방식과 소비자가`왕`이라는 잠재의식 등이 결합된 현상인 듯하다. 따라서 No-show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소비자들이 스스로 이러한 잘못된 사고방식과 의식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왕`으로 군림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소비자는 사업자의 동반자로 우리의 경제생활을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책임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라고 하건 나는 계속해서 왕으로 살겠다는 분이 있으시다면, 예약을 못 지키기 게 되었을 때 부디 불쌍한 백성과 신하들에게 미리 전화 한 번 해줄 수 있는 아량을 갖춘 인자한`성군`이 되어 주시는게 어떨지 생각해 본다.

배찬영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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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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