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여행자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 작전을 펼친다. 자신의 좌석이 맘에 들지 않는 탑승객들은 항공기의 출입문이 닫히고 이륙준비 안내방송이 나오기 무섭게 통째로 4석이 빈 명당자리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어떤 탑승객들은 탑승구 앞에서 일부러 느긋하게 대기하다가 거의 맨 마지막으로 들어가 배정받은 좌석 대신에 좌우 양옆이 비어 있는 자리를 자연스레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탑승객들이 사전에 배정받은 자리를 옮기려면 기내 승무원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게 상식이자 불문율이다. 항공기 안전운항 규정상 어느 탑승객이 새로 옮긴 자리가 어디인지 기내 승무원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항공좌석 배정은 기내 승무원이 임의대로 하는 게 아니다. 사전에 프로그래밍 된 항공사 컴퓨터시스템에 의해서 이뤄진다. 항공 안전운항 차원에서 이·착륙 시 항공기의 무게와 균형을 고려해 좌석을 배정한다. 사전 좌석 선택 서비스의 경우에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만석이 아닌 경우 기내 일부 구간의 좌석들이 통째로 텅 비어 있게 된다.

항공기 자체의 무게뿐만 아니라 탑승객·승무원·화물·수하물·연료·기내식·기내용품(면세품 포함) 등이 두루 더해져 항공기 전체 무게가 산정되는데 성인 1인은 국제선의 경우에 76㎏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하중의 구성요인을 고려해 항공기 전체의 무게 중심(center of gravity)을 산정하는 데 이를 `탑재관리(load control)`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을 내는 단체 여행객들은 엔진 근처 꼬리부분 좌석부터 배정받는다.

항공기의 무게중심이 운항에 적합도록 잡혀야 비로소 운항허가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탑승객의 안전을 좌우하는 항공기의 안전운항 차원에서 기내 좌석배정 이후 빈자리로 우르르 몰려가서는 안 된다. 그러한 사태 발생 시 최악의 경우 다시 무게중심을 구해야 하고 이는 항공기의 이륙 지연을 초래하므로 탑승객들의 자기절제가 요구된다 하겠다. 그리고 두 살 미만의 아이를 동반하는 경우 체크인 시 이를 알려주면 여유 공간이 넓어 아이를 돌보기 편한 각 구역 맨 앞쪽의 가운데 섹션 자리를 배정해준다. 여유 좌석이 있으면 옆 빈자리까지도 덤으로 차지할 수 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