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한 이웃이 "대학생 딸이 혼자서 수 개월간 생애 첫 유럽 배낭여행을 간다는데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라며 "맘이 놓이지 않고 걱정 돼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수심에 차 말했다. 나는 그 이웃에게 "도리어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게 더 안전하고 여행을 통해 깨닫고 배우는 것도 훨씬 많다"며 안심을 시켰다.

셀프 심리코칭 전문가이자 여행 칼럼니스트로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한 카트린 지타는 "함께 사랑하고, 각자 여행하라"고 권면한다. 찰떡궁합처럼 가까운 사람과 여행을 떠나 막상 여로를 함께 하다 보면 예전에는 잘 몰랐던 상대방의 단점이 극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각자의 인생관이나 여행스타일이 비슷하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가 여러모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별 생각 없이 누군가와 함께 자유여행을 떠난 수많은 자유여행자들 역시 "잘 모르는 동호회멤버들은 물론 가까운 친구들과도 자유여행의 긴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누군가와 함께 하면 상대방에 의존하기 마련이고 방심하게 돼 혼자 여행을 하는 경우보다 위기관리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누군가와 함께 자유여행을 떠나서도 서로 바로보기만 하면 결국 해어진다. 다만 공통의 관심사와 목적의식으로 한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어쩔 수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가더라도 길동무의 숫자는 가능한 짝수여야 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물론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매순간 자신의 단짝을 만들려는 경향이 강하다. 길동무 구성원이 홀수인 경우 누군가 한 사람은 본의 아니게 외톨이가 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지의 땅에서 혼자 고독해지는 것`과 `현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속 두려움과 경험부족에 대한 염려` 등으로 나 홀로 자유여행 떠나기를 주저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고 더 큰 행복과 보람을 만끽할 수 있다. 어설프면서도 성급하게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 여로에서 스트레스와 상처로 고통 받을 게 아니라 과감하게 혼자서 여행을 떠날 필요가 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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