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전 국민이 떠들썩하지만 왠지 비장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날이 있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직장인의 출근시간이 한 시간 늦추어 지고, 수험생 비상수송을 위해 간혹 경찰차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항공기 운항마저도 중단된다.

수험생은 오직 이날을 위해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시험을 치른다. 시험장 밖이나 교회·절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국에 생중계되고, 이날은 마치 모든 국민이 시험을 치루는 수험생이 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과 학업성취도는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도나 자신감은 최하위권이라 한다. 실제로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전문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성취도에서 OECD 34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흥미도를 측정하는 두 지표, 내적 동기(재미)와 도구적 동기(유용성)에서는 각각 OECD 국가 중 27위와 32위를 차지했다.

특허청은 최근 교육부, 각 시·도 교육청과 협력하여 주입식, 입시위주의 교육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돕는 발명교육을 확산하려 노력하고 있다. 전국 학교에 196개의 발명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초·중학교의 실과·기술·가정에 발명단원을 포함하였다. 내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 발명교육이 체험활동중의 하나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고, 2018년부터는 `지식재산 일반`이 고등학교에서 독립 교과목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발명교육은 지식을 얼마나 많이, 빨리, 그리고 미리 배우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학생이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을 지니도록 돕고, 학습의 즐거움을 발견하며, 실패에서 좌절하지 않는 긍정성을 지니도록 돕는 교육이다.

정답이 아니면 틀린 답이 되는 교육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학생들 각각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정답이 되는 교육이다.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는 교육이며, 1등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교육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즐거움을 느끼며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는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교육이다.

창의적 인재는 스스로 질문하며 문제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질문은 호기심을 표출하는 행위이고, 호기심은 창의력의 핵심이며 관심사로 연결된다. 중학교 시절 문제아였던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다 바치고 싶은 컴퓨터라는 관심사가 생긴 후 최고의 인재가 됐듯이, 재능이 관심사를 만날 때 인재가 탄생한다. 발명교육을 통해 정답이 아니라 질문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더 몰두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권혁중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