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한 지존파 수감생활 마지막에 참회 눈물 자유는 창조주가 부여한 특권 마무리 아름다워야 진정한 삶

을미년의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금년도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많았다. 힘들어 넘기 어려운 산 들이였지만 하나씩 다가오는 산들을 넘다보면 인생은 어느덧 드넓은 평원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는 더 이상 경쟁도 없으니 미워하거나 섭섭할 일도 없는 평원이다.

얼마 전 일간 신문에 사형수의 하루가 일반 죄수들과 어떻게 다른가를 소개된 적이 있다. `사형수들 중에서 참회한 이들은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목욕을 한다. 한국은 사형수들에게 사형날짜를 알려주지 않기에 언제 죽을지 모르나 죽은 후 지저분한 모습을 남기기가 싫은 것이다. 그들은 오늘도 죽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매일 목욕을 한다. 이들의 취침 시간은 다른 재소자들보다 4시간 늦고 기상시간은 2시간 빠르다. 구치소의 잠자는 시간은 8시 30분. 기상 시간은 6시인데 이들은 거의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는 것이다. 하루라도 주어진 삶을 아껴서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사형수들은 감옥 안에서는 `최고수`로 불린다. 형량도 최고, `별`도 많아 감방생활에 익숙한 고참 이기에 `최고수`라고 부른다.

그래서 감옥 안에서는 최고수들을 의지하는 재소자들이 많다. 감방생활, 형량을 줄이는 방법, 억울한 누명을 썼을 경우 탄원서를 넣는 방법, 감방 안에서의 갈등, 가족관계 등 여러 분야에 조언을 해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사형수들에 영향을 받아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며 공부를 결심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사형수들은 구치소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모습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들어올 때는 가장 극악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살인, 강간, 폭력 등 상상을 초월한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사회구조와 환경 탓으로 돌리며 부모와 주변 사람을 원망하는 등 6개월 정도 원한에 파묻혀 살다가 정작 죽을 준비가 된 사형수들의 경우는 그 마음이 달라진다. 자신이 얼마나 큰 죄를 짓게 됐는지를 알게 되고 피해자들에게 참회하는 심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점점 인간의 참모습에 대해 깨달아간다. 사형수들이 감방 안에서 처음으로 인간다운 삶이 뭔지 깨달았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커는 `인생은 던져진 존재`라 했다. 누구도 스스로 이 땅에 자기 의지로 태어 난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이 땅에 각자의 성씨를 갖고 남자와 여자로 태어 난다. 그래서 인생은 던져진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던져진 존재에게 한 가지 자유가 주어진다. 그것은 내 의지적 선택으로 어딘가에 던질 수 있는 기투성(企投性) 자유다. 어떤 이는 운명론을 믿어 사주팔자를 보고, 결혼 전에 궁합을 본다. 그래서 아무리 오래 사귄 애인이라도 사주가 나쁘면 결혼을 포기한다. 이들은 창조주께서 우리 인간에게 부여하신 놀라운 특권인 고귀한 자유를 포기한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1994년 9월20일 7명의 `지존파`가 검거됐다. 이들은 시골집에 사체를 태워 증거인멸 할 소각장까지 만들어 수명의 생명을 빼앗았던 20대 청년들이다. 이들이 체포되어 취재진 앞에서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했다. 어머니를 못 죽여 한이다. 인육을 먹었다`하여 온 나라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1995년 가을 기독교로 귀의한 두목 김기환과 김현양을 위한 마지막 예배가 시작됐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찬송을 부르는 내내 그들은 울고 또 울었다. 스스로 인간이기를 거부했던 그였지만 예수를 영접한 후 교수대 위에서 "죽음으로써 피해자 가족들에게 용서를 빕니다. 큰 죄를 짓고 왔지만 이곳에서 구원을 얻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기증하고 삶을 마감했다.

사형수와 나의 공통점은 언젠가는 죽는데 그 날을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날 하나님이 부르시면 아무리 하던 일이 많고 바빠도 모든 일이 그대로 중지된다. 430년 애굽의 종살이하던 히브리 민족을 구원해낸 모세는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90:12)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마감을 잘 하는 것이다.

김용혁 노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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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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