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교수.
김영미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교수.
얼마 전의 일이다. 서울 북촌의 좁은 골목길에 들어섰다가 곤란을 겪은 일이다. 길은 비좁고 행락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삼거리에서 세 대의 차가 대치하고 있었고 도로의 폭과 사람의 흐름 등에 비추어 서로의 운행이 조절, 견제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때 운전자의 정확한 논리적 판단에 근거한 복합적 상황 독해(reading) 능력이야말로 혼란을 경감하며 무사히 서로의 길을 성공적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사회과학의 영역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분의 긴박성을 요구받으며 적확성과 엄밀성을 결단코 놓쳐서는 안 될 자연과학의 영역과 사뭇 다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우리가 상황을 읽고 그것을 전제로 뒤따르는 대응에 게을리 해야 할 이유와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나비효과`, 한 작은 출발과 초기선택의 파급력과 확장성, 그것이 곧 우리가 만들어 내는 세상이 되고야 마는 민감성에 공감하지 않는 일은 오히려 어려운 일일테니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후기 현대 지식 기반사회이다. 이는 우리시대의 정신문화사적 조류와 사회 경제사적 흐름을 포괄하여 요약하는 개념으로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의 핵심은 `다원성`에서 찾을 수 있으며, 지식기반사회 산업자본의 골간은 `인적자원`에 있다. 인적자원은 체화된 지식을 기반으로 시대를 조감, 변화무쌍한 삶에 대하여 역동적 대처를 이끄는 혜안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고 상황을 읽고 이에 상응하는 문제 해석력과 창의적 현장 지향적 문제 해결력, 돌발적 상황과 변화에 응용적 대처를 반복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21세기 창의 융합 인재교육의 시작을 `역량`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열어가고자 함은 `역량`이 산업사회의 제한적 능력개념을 넘어 복잡한 사회에 대하여 탁월한 독해 능력을 전제로 적응적 능력을 발휘하는 전 방위적 `인재` 실현의 꿈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육 현장은 현대 사회의 직업구조를 통찰하고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의 통합을 조화시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과 괴리되지 않은 실질적 지식과 관심을 모아 그것을 대학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지식의 차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교육적 소신과 인문적 반영은 현행 정규교과체계는 물론 비교과 영역의 다원적 프로그램 운영을 통하여 전공 중심 교과학습의 제한적 학습경험을 보완하고 학생으로 하여금 지식의 확장과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에서의 역량중심 교육은 지속적으로 지식정보사회를 견인할 핵심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역량중심교육이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을 정확히 읽고 이에 대응하는 대학의 긴박한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 사회라는 텍스트,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사, 비등하는 관심사를 정확히 읽어내며 그것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불러내는 일이야 말로 대학의 교육적 소임인 동시에 책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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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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