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묵은 과제였다. 급기야는 교과서 제작과정을 놓고 여야가 입장을 달리하면서 국회 국정감사장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국정(國定)이냐 검정이냐로 다투고 있는 것이다. 여당사람들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편향되지 않는 균형된 역사관을 가르치는 데에 필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현행체제는 특정 이념에 치우친 편향된 교과서밖에 나올 수 없는 체제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야당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본질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획일화된 역사관을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교과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전문가들이 제기한 내용을 대충 살펴보면 근·현대사 부문에서 가장 많은 왜곡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의 확실치도 않은 항일운동 이력은 부각시키면서 유관순 열사는 언급하지도 않는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다루면서 북한의 소행임을 명시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반드시 기록해야할 사항은 생략하고 의미 없는 일들은 크게 강조하면서 대한민국국민으로 알아야할 사실들은 왜곡되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친북 반미성향의 역사기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될 나라처럼 가르쳤다. 북한의 3대 세습이나 국민들의 처참한 빈곤에 대해서는 기술 하는 것 하나 없이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의 결과로 노동자와 농민의 삶이 어려워 졌다고 말한다. 6·25 또한 "북한은 전쟁직전에 남한에 평화통일을 위한 제의를 하였으나 대한민국정부가 이런 북한의 제의를 거부하였고 결국 북한은 전쟁을 개시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평화통일제의를 거부하였기 때문에 북한은 불가피하게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1983년의 아웅산 테러사건이나 1987년의 KAL기 폭파사건도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되었다고만 기술할 뿐 누구의 소행인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지금의 교과서는 1)레닌의 볼셰비키혁명을 긍정일변도로 서술했고 2)미국의 패권주의만 강조 할뿐 소련·중국의 침략성은 외면했으며 3)남북 분단에 대한 소련의 책임임을 희석시키는 편파적 태도가 곳곳에서 보인다고 한다. 말하자면 심각한 좌편향과 민중사관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권희영,김도형,허동현).

정부도 이런 내용을 알아서였을까! 정부 역시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합의된 보편적 이념과 균형있는 역사인식 함양을 위해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검정교과서는 교과서 출판사들이 집필진을 선정하여 정부가 고시한 역사기술의 범위 안에서 집필하고 정부의 검정을 받는 제도다. 이에 반해서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집필진을 선정하여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제도다. 그렇다면 정부의 검정을 받아 제작 출판하는 검정제도나 정부가 직접 집필자를 선정하여 제작 출판하는 국정제도와 어디에 근원적인 차이가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문제는 왜 생겼을까? 집필진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검정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집필진에 문제가 있는 것이면 집필진을 바꾸도록 하면 될 것이고 검정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검정제도를 보완하면 될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의 근원은 정부 즉 교육부에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정부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교과서를 검정하지 않으면 국정이건 검정이건 결과는 같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2년 헌법재판소는 "국정교과서가 위헌은 아니나 검인정 교과서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맞다"라고 판시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과서는 어느 경우에도 헌법정신에 맞도록 편성 제작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반(反)대한민국적이고 친북 좌파적인 성향의 민중사관이 결코 헌법정신과 일치 한다고 볼 수 없음에서다.

전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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