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삭감 고통분담 처방 경제침체 단기대책 우려 효율·생산성 우선 고려 '노동시간' 단축 모색을 "

최근 경기침체로 고령근로자 및 청년실업자, 경력단절 전업주부 등 일자리 확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정부는 새로운 고용창출로 침체된 경제를 극복하려는 하나의 대책으로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란 처방전을 내놨다. 이것은 경제침체 요인이 단기간 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에서 내린 위기대처용 단기처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 IMF 경제위기에서도 일자리 나누기는 정책대안으로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업들의 급격한 도산과 사업구조조정으로 인력의 구조조정(정리해고)이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겨를도 없이 확산돼 이른바 일자리 나누기는 햇볕정책에 지나지 않았던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기존 근로자의 임금을 다른 근로자에게 일정부분 양보하면서 일자리 수를 늘려가자는 취지(임금피크제 등)로 비춰질 수 있다. 결국은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해서 고통을 분담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논리다. 일자리 나누기는 잉여인력 감원을 회피하기 위해 임금감소를 수반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임금체계 변경, 인력재배치, 교대제 변경 등을 통한 고용유지 또는 고용창출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 또는 기업이 내놓은 일자리 나누기는 풀타임 직무를 분할해서 파트타임 근로자들(청년인턴제, 시간제공무원 등)이 나누어 맡는다는 취지가 강하고 방법론으로 임금삭감=일자리 확보 방식이다. 그러나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을 깎아서 남는 돈으로 신규채용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서 고용을 유지하거나 신규채용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 둘은 비슷한 개념 같지만 속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아무리 임금을 깎는다고 해도 없던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다. 인턴을 채용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들어와도 뚜렷한 업무할당과 목표를 가지고 할 일이 없다. 10명이 할 일을 11명이 나눠서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진정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하루 10시간 일하던 것을 8시간으로 줄이면 2명을 더 뽑을 수 있다는 공식을 정부와 기업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사례에서 프랑스도 정부주도로 법률을 개정해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2000년부터는 35시간으로 축소해 시간단축에 따른 고용의 유지 및 확대가 가능케 됐고, 임금수준 유지를 위해 기업부담을 덜어주는 정부보조금 지원정책은 고용창출 형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로 평가받으며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정규직(풀타임)사원도 단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방식을 다양화시켜 여성 및 고령자 등의 시간제 근로(파트타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취업기회를 제공해 고용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고용창출이라는 방법으로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시간제 공무원제도를, 기업은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임금 피크제를, 특히 공공부문에서의 인턴프로그램은 더 풍성하다. 대졸신입 직원의 초임을 30% 삭감하는 대신 채용인원을 당초 계획보다 10명 이상 증원, 금융공기업들과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임금삭감을 통한 채용직원 늘리기를 시도했고 정부는 100여 개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신입사원 초임을 깎는 대신, 고용을 확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모두가 임금삭감=고용창출 논리이다. 필자는 이제 우리도 다른 시각에서 일자리 창출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전통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대표적인 나라이다. 그리고 고용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은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고용창출 정책이 임금감축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에 맞춰져야 옳을 것이다. 적절한 노동시간 안에 효율성과 생산성이 제고되는 작업장 혁신차원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할 것이다. 정규직 파트타이머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로 `일자리나누기(Job Sharing)`를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각근 선문대 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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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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