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멋집 28 대전 유성구 플레이 북

내부 전경, 책 읽기에 편안한 긴 테이블과 1500여권의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이 돋보인다.
내부 전경, 책 읽기에 편안한 긴 테이블과 1500여권의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이 돋보인다.
가을은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 말한다. 푸름이 짙어진 하늘과 차분해진 공기가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외로움을 찾는다. 왁자지껄한 대화 보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긴다. 별 볼일 없는 생각도 괜시리 심각해진다. 책은 말이 없다.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의 말을 말 없이 듣는 셈이다. 가을에 책을 읽기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혼자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이죠. 책을 읽기도 하고 공부도 하죠. 북카페니까요"

임은희(31·여) 플레이북 매니저의 말이다. 플레이북은 대전시 유성구 대학로 151번길 22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3층이다. 넓게 튼 유리창 밖으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곳은 지난 해 9월 문을 열었다.

"대학가인데도 근처에 서점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대중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이자 카페로 시작을 했죠. 그런데 플레이북에 오셔서 책을 읽고 가시는 손님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테이블도 적었거든요. 그래서 북카페로 전향 아닌 전향을 했죠. 가운데 긴 테이블도 놓고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레이북에 들어서면 큼직한 책장이 손님을 맞는다. 1500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다. 손님들은 책 한권 씩을 빼어 들고 자기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읽고 싶은 책이 없다면 추천을 해달라고 해도 된다. 이 모든 책은 카페를 열기 전부터 임 매니저가 소장하고 있었던 책들이다. 책이 너무 많아 나머지 일부만 갖다 놓았다. 임 매니저는 책벌레다.

"원래 책을 좋아해요. 사는 것도 좋아하고 읽는 것도 좋아하고요. 서점에 한 번가면 나오질 않아요. 이 책 저 책 둘러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찾느라고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에 들리는 것 같은데 가게 되면 10권씩 사왔어요. 물론 집에는 책들이 쌓여 있었죠. 그대로 갖고 와서 책장을 채운 거에요"

플레이북은 독립출판물도 판매하고 있다. 벽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독립출판물들은 독특한 디자인과 구성으로 마치 인테리어 소품처럼 보인다.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2달에 한번 꼴로 책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1-5부 사이의 소장본을 제작해 주기도 한다. 플레이북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인식상 책을 쓴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시작했어요. 올해 초 부터 였던 것 같아요. 셀프퍼블리싱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아지는 것 같고요. 편집에서부터 디자인, 구성까지 저희가 도움을 주는 거죠"

임 매니저는 최근에 제작한 책 한 권을 꺼내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 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세요. 자주 오시는 단골 손님이기도 하고요. 평소 쓰셨던 글들과 핸드폰으로 찍어뒀던 사진을 모아 에세이집을 만든 거죠. 개인이 소장할 수도 있고 본인이 원한다면 판매도 가능하겠죠. 근데 제작 횟수가 많지는 않아요(웃음). 아직 독립출판물에 대한 인식이 적은 것 같고요. 앞으로는 많아지겠죠"

플레이 북의 또 다른 재미는 마스코트 고양이인 까망이와 갈망이를 보는 일이다. 오전에 플레이북을 방문하면 이들을 구경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만드는 것도 좋고 읽는 것도 좋고요. 앞으로도 대전에 서점이나 소규모출판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날 오후 소나기가 내렸다. 맑아진 하늘은 더욱 높아만 보인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글·사진=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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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판매중인 독립출판 서적들.
이곳에서 판매중인 독립출판 서적들.
플레이북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긴 테이블.
플레이북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긴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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