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평가절하 단행 세계 경제 불확실성 고조 韓 위기 극복 리더십 절실

중국 인민은행이 8월 11일과 12일 양일간에 단행한 위안화 평가절하에 한국 금융시장이 큰 요동을 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로 환율이 급등했고, 코스피와 코스닥은 급락했다. 미국 달러당 중국의 위안화는 1994년 이후에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제 미국의 재채기에 한국이 감기가 걸리는 게 아니라 중국의 재채기에 한국이 독감이 걸리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엔저와 유로화의 절하뿐만 아니라 중국 위안화의 절하라는 삼각파도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내수규모에 비해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는 그나마 경제를 지탱해주던 수출이 침체될 위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 세계가 자국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품의 가격을 내리는, 품질보다는 가격경쟁이라는 질 낮은 경쟁구도로 글로벌 마켓이 변모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한 것은 평가절하 후의 인민은행 발표에 잘 나타나 있다. "위안화 강세가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해 기준 환율을 조정한다." 수출하락과 경기침체에 대한 위기의식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이유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중국은 작년부터 미국의 통화팽창 정책을 모방해서 금리를 낮추고 통화를 팽창시켜 왔다. 하지만 올해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7%는 고사하고 수출은 8.3% 하락, 경제성장률은 6.8%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에는 6.3%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예측에 미국의 통화패권에 도전하던 위안화의 꿈을 당분간 접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일단,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중국에 석탄 등을 수출하던 호주, 원유를 수출하는 산유국 등의 구매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아시아의 통화가치는 줄줄이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과잉반응을 일으키고, 금값과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한국경제로서는 중국의 최대 수출경쟁국으로서 원화가치 절하의 유혹을 받게될 것이다. 원화가치의 급락은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촉발하여 주식시장의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대 중국 수출 비중이 25%인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구매력 하락으로 대 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글로벌 상품시장에서는 그러잖아도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국제품에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 제품은 중국 제품과 치열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에게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는 가격경쟁은 궁극적으로는 무역량의 감소만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환율을 통한 치열한 가격경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출혈 경쟁의 결과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위안화의 가치를 높여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던 중국으로서는이번 조치로 인해서 글로벌 경제 질서를 문란케 하고 개발도상국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트림으로써 환율 전범국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심어 주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미래 패권국가로서 신뢰를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우리가 부동산 투자로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졸부를 존경하지 않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국가는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국가의 기본 자질을 의심받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한국 경제로서는 매우 어려운 시기이다. 구조적으로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드는 때에, 글로벌 경제마저 침체되면서 유럽,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선진국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경쟁적으로 자국통화 가치의 하락시킴으로서 전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빠지고 있다. 그동안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한 한국경제와 사회를 잘 정리해 "역동적인 한국 경제"로 다시 부팅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때이다.

박종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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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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