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비용 없이 기술로 시작 거래·투자유치 용이 등 장점 연구소기업 성공 사례 많아

출연연이나 대학이 기술을 출자하여 설립한 기업을 연구소기업이라고 한다. 2005년 도입된 제도로 연구기관이 기술을 기존 기업에 단순히 라이선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출자하여 공동 창업하는 형태다.

연구기관의 기술을 이전할 때 이전액을 협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연구기관은 높게, 기업은 저렴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일정액을 선금으로 하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불하는 계약이 권장된다. 하지만 외국처럼 경상기술료를 스스로 내는 기업이 별로 없다.

한편, 기술출자 방식은 협상이 비교적 용이하다. 기술과 회사 주식을 서로 교환하면 그만이다. 창업할 경우에는 주가를 평가할 필요 없이 액면가로 계산하면 된다. 출자한 기술이 가치가 있다면 주가가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또한 연구기관이 도와준다면 기업은 더 성장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술출자 기반의 연구소기업은 합리적인 창업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업자 입장에서 연구소기업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첫째, 초기 비용 없이 좋은 기술을 보유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출자기관으로부터 인력과 장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법인세를 3년간 전액, 이후 2년간 50% 감면받는다. 감면받은 세액을 연구개발 또는 인력충원에 재투자해 고속 성장이 가능하다. 셋째, 연구기관의 자회사라는 브랜드 효과로 마케팅에 매우 유리하다. 외국과 거래할 때도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의 자회사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넷째,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 유치가 용이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구기관의 자회사이면서 검증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세금 감면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투자할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다섯째, 투자 회수에 이점이 많다. 코스닥 상장이나 M&A 시 연구소기업이라는 공신력이 도움이 된다.

대덕특구의 최근 성공 사례를 보면 위에서 언급한 연구소기업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코스닥 상장 사례다. 콜마B&H는 2006년에 원자력연구원이 기술을 출자한 1호 연구소기업이다. 당시 원자력연구원은 면역 증가용 식품과 화장품용 소재 기술을 출자하여 37.8%의 지분을 보유했다. 그 후 회사 자본금이 늘어나 지분이 줄었지만 연구소기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이 결정되었다. 상장 심사 과정뿐만 아니라 상장 후 주가 형성에도 연구소기업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둘째는 대주주에 의한 주식 인수 사례다. 제이피이는 2008년에 기계연구원이 출자하여 연구소기업으로 등록된 회사다. 당시 기계연구원은 미세패턴 관련 기술을 출자하여 21.2%의 지분을 취득하여 현재까지 그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설립 5년 만에 매출 100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하자 기계연구원은 보유 지분을 최대주주에게 다시 넘기기로 했다. 연구기관의 수익도 상당한 데다 적정 시점에 출자지분을 돌려주는 좋은 사례다.

셋째는 투자 유치 사례다. 수젠텍은 2011년 ETRI가 유비쿼터스 바이오칩 리더기 기술을 이전하여 설립한 연구소기업이다. 제품 출시 초기 단계로 매출이 적은데도 4개 기관에서 총 75억 원을 투자받았다. 투자 조건도 액면가의 수십 배에 이른다. 불임 여성이 증가하는 사회적 문제에 착안, 정확한 배란시기를 진단하는 사업 아이템이 적중했다. 투자받은 자금으로 대량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어 머지않아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이 연구소기업의 장점이 검증되고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창업이 크게 늘고 있다.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연구소기업협의회를 만들어 선배가 후배 기업인의 멘토가 되어주는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확대되고 연구기관의 보유기술 사업화가 강조되는 지금이 연구소기업 창업의 적기 아닌가 싶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스타 연구소기업의 탄생을 기대한다. 윤병한 대덕연구개발특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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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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