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기심·열정 넘치는 청소년 과도한 교육열에 억압 당해 학습량 비해 학력은 떨어져 온전한 지성발달 최우선 돼야 "

길을 가다가 교복 입은 학생들을 만나면 마음이 즐겁고 따뜻해진다. TV 화면에서 학생들을 보아도 활발하고 싱그러운 기분이 든다. 나의 학생시절은 시간적으로 무척이나 여유 있고 자유로웠으며 심리적으로도 큰 스트레스 없이 편안했던 것 같다. 항상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성인이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상상과 희망들이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활발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놀다가 지치거나 심심하면 공부하는' 시절을 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절이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어머니의 '공부하라'는 일상적인 잔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나의 학생시절의 그런 시간들이 학생들을 볼 때면 자연스럽게 투영이 되곤 한다.

청소년이라고 부르는 학생들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어중간이들이다. 그래서 변화무쌍하고 종잡을 수 없기도 하지만 때로 순수한 감성과 날카로운 지성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언제나 이들의 머릿속에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고 가슴속에서는 호기심에서 기인한 도전에의 열정이 넘치고 있다. 청소년들은 불완전하지만 이러한 것이 이들의 특징이자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이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청소년들의 특징을 억압당하고 특권을 박탈당하는 것 같다.

문제는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교육은 '사교육과 학원'으로 대변된다. 각종 선행학습, 특기적성, 예체능, 논술 등 학교의 정규수업 과정보다 더 많은 종류의 학원 과정들이 개설되어 있고, 비용과 시간에 있어서도 학교 수업보다 학원의 비중이 더 크고 무거워 보인다. 뉴스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우리 사회와 가정의 공통적인 심각한 문제도 사교육비 문제다. 거의 어머니들에 의해 주도되는 사교육은 모두가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문제가 해결 방향보다는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청소년들의 적정한 학습시간'이다. 그래서 절에 오는 어머니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이들이 몇 시간이나 공부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어머니도 정답을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떤 어머니도 아이들이 가져야 할 보편적인 상식과 지식 등 교양에 대한 기준을 말하지 않았고, 다른 아이에 대한 상대적인 우위에 서 줄 것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스스로 의문을 가져보았다. "아이들의 적정한 학습시간에 정답이 있는가?" 결론은 "있다"였다. 2004년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근로자의 더 나은 삶의 질과 효율성,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개정한 것이다. 개인의 생존과 가족의 생계를 위한 근로시간이 법에 의해서 주 40시간으로 제한되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학습시간이 근로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청소년들의 삶의 질과 학습의 효율성, 교육의 건전성을 위해서 지나친 학습시간과 학습의 무게는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다. 특히나 부모나 학교의 강요에 의한 학습시간의 과다 과중함은 감성적으로도 법철학의 시각에서도 적절하지 않은 일이다. 혹시나 관련 교육법에 학생들의 학습시간에 대한 규정이 있나 하고 '초·중등 교육법'을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청소년들의 학습시간과 강도 및 난이도는 과거에 비해 심해졌지만 학력 수준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뉴스를 접하며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특유의 호기심과 도전심리를 억압당한 채 타의에 의해서 억지로 하게 되는 학습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 어렵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교육을 받고 억지로 성적을 유지하겠지만 마음속에 학습과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자라고 있다면 온전한 지성적 감성적 발달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학생들도 주 40시간 학습이 정답이라고 생각된다. 주경 서산 부석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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