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별·취향·교육 영향 따라 사람마다 고정관념 갖게 돼 탐욕 억제하고 평화에 초점 그릇된 맹신은 거듭 주의를 "

사람들은 눈이 있어 보고, 귀가 있어 들으며 코와 혀와 피부를 합한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있어서 오감(五感)으로 세상을 느끼고 인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감각기관이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눈이나 귀 등 각각의 감각기관이 이상을 일으켜서 기능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고 감각기관 전체를 통괄하는 뇌에 문제가 생겨도 사람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가 없다. 세상의 어떤 정교한 기계보다도 정밀한 사람의 신체는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하며 인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마음'에 대한 의문점들이 커져만 간다.

사람의 신체는 의학과 과학의 눈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몸을 운영하는 '마음'은 종교의 영역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그 사람의 성별이나 취향 또는 살아온 과정의 영향으로 천 가지 만 가지의 각기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된다. 결국 사람의 눈과 귀를 비롯한 오감은 카메라나 마이크처럼 있는 그대로를 투영하겠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작용으로 차별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각기 다른 마음의 작용을 선입견이나 편견 또는 고정관념이라고 하며 온전히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눈'으로 보는 것을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고 한다. 여실지견이란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으로 '실제와 같이 보고 안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당연한 일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경험이나 교육을 통해 아는 것은 이미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있을 것이고, 처음 접하는 대상은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분석하려고 하며 이성적, 감성적으로 불안감과 불편함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참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는 것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깨달은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여실지견을 부처님의 안목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불교에서는 '천 분의 부처님이 세상에 오셔도 제도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강한 고집과 편견으로 자신의 눈과 귀를 닫아버린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오직 자신의 주장과 생각밖에 온전히 세상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 사람들은 실제 천 분의 부처님이 오셔서 말씀을 해도 듣지 않는다는 말이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주장과 고집에 사로잡히면 일반인에 비해 그 폐해는 말할 수 없이 크게 된다. 흔히 맹신(盲信), 광신(狂信)이라고 하는 말이 그것이다. 눈이 멀어버리거나 정신이 미쳐버린 종교적 신념은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할 뿐 아니라 무척 위험하기까지 하다. 근래 종교의 이름으로 서방의 기자들이 참수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의 상식과 도덕적 잣대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저변에 깔린 전쟁과 분쟁, 파괴와 살인 등 지금 현재 지구촌에서는 차마 눈 뜨고 못 볼 일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모든 종교의 취지와 목적은 현재와 미래의 행복과 평화에 있다고 본다. 어떤 종교는 현재의 행복과 평화에 무게를 두고 다른 종교는 미래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에 무게를 두든지 살인과 전쟁, 파괴를 통해 미래의 행복과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결코 종교적이지 않은 것이다.

종교인이 맹신과 광신에 빠져버리면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며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조차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는 자기만의 잘못된 관념에 빠져서 그릇된 종교적 만족감을 즐기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냥 눈이 보는 대로 보고, 귀가 듣는 대로 듣기만 해도 세상은 부처님들로 가득할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탁해진 눈과 귀를 종교를 통해서 조금 더 맑힐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그런데 종교의 이름으로 눈을 가리고 정신을 흐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주경 서산 부석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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