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6월이 시작됐습니다. 아까시나무 달콤한 꽃향기가 이제 강원도에서까지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여름입니다.그런데 아카시아가 아니고 왜 아까시나무냐구요? 우리는 흔히 노래를 비롯하여 '아카시아'가 익숙하지만 아카시아란 나무는 열대지방에 자라는 다른 관목류로 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와는 다른 나무여서 아까시나무가 바른 이름입니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맡겨진 첫 프로젝트가 바로 아까시나무의 개화 기작과 그에 따른 꿀의 분비량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밤낮 없이 일정한 시간에 꽃 샘플을 따야 했고 기구까지 만들어 꿀을 뽑아내야 했으니 초보 대학원생에게는 벅찬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연구에 걱정이 한창이던 그때 아까시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덜컹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때 하루 중에서도 꽃의 화밀 분비량은 방문하는 꿀벌의 활동주기와 일치한다는 점은 막 연구에 첫발을 들인 어린 연구자에게는 식물과 곤충이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오묘함을 확실하게 가슴에 새겨준 큰 체험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생의 직업으로 국립수목원에서 일하고 나서부터는 아까시나무 개화에 가슴부터 덜컹하던 습관은 반대가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산림 공무원들은 어느 때부터인가 아까시나무 꽃이 피고 나면 "휴우~"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아까시나무 꽃이 필 즈음 불이 나기 쉬웠던 숲에 잎이 나고 녹음이 우거져 초록이 가득해지고 나면 건조함이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올해는 큰 산불은 겪지 않은 채 봄을 넘겼습니다. 자잘한 산불들은 여러 번 발생했지만, 모두 초기에 잘 대처해 번지지 않고 잘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이랍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 켠에서 묵묵히 열심히 산불 감시와 조기 진화 시스템을 만들어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도 있다는 것을 아시면 혹 사고 불안증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까요! 무엇보다도 산불 감시에 주말마다 아빠와 엄마를 내어주었던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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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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