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가치 앞세운 욕심 세월호 아이들 희생양돼 지금의 이 슬픔 잊지말고 모두의 잘못 돌아보기를 "

지난 일요일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사건을 경축하는 부활절이었다. 부활절은 세상을 덮고 있던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가 걷히고 생명과 구원의 빛으로 가득한 날이지만, 금년은 온 나라가 깊은 슬픔으로 원시적 혼돈 상태로 되돌아간 듯하다.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번 참사가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슬픔과 고통은 다 같겠지만 누구의 죽음인가에 따라 느끼는 아픔의 정도는 많은 차이가 있다. 부모가 돌아가신 자식의 슬픔과 자식이 죽은 부모의 슬픔은 무게와 차원이 전혀 다르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까지 그 길지 않은 순간에 배에 갇힌 학생들이 부모님과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 가운데 한 학생이 엄마에게 보낸 문자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해!" 그 긴박한 순간 떠오른 것은 엄마였고 위급함을 직감한 듯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에 이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후회될 것 같아서 보냈을 것이다.

다른 엄마는 딸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싸웠다고 했다. 아침에 딸과 다투지만 않았어도 그 순간 자신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라고 딸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엄마의 오열도 있다. 사고를 당한 가정의 아픈 사연과 후회스런 고통을 누가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 제 자식 생각하여 슬픔에 빠져들기도 하고 누구를 향한 알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찾을 수가 있을까. 내가 당한 일이 아니기에 이것도 그냥 지나가는 것인가.

성경에는 엄청난 고난을 당한 욥이라는 사람이 소개되고 있다. 욥은 사랑하는 열 명의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고 하던 일도 모두 망했다. 몸에 병까지 얻은 욥은 깊은 탄식 속에서 하나님께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할 가치와 의미가 남아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욥의 고난에 비견될 만한 사람이 세상에는 흔치 않겠지만, 그 가운데 한 사람을 들라면 유태인 정신과 의사였던 빅토르 프랭클일 것이다. 프랭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인데, 그 후 1997년 92세로 작고하기까지 세계 정신의학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다. 프랭클의 부모님과 형, 아내는 각기 다른 포로수용소에서 모두 죽었다. 갓 결혼한 아내와는 아우슈비츠에 함께 온 후 남녀 수용소로 헤어지는 순간에 귓속말로 이렇게 이별을 고했다. "틸리, 꼭 살아남아야 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꼭 살아남아야 해!" 이 의미는 성 상납을 대가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나에 대한 절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프랭클은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삶을 포기하지 말고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프랭클은 자신의 삶으로 이것을 증명하였다. 프랭클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삶을 긍정하며 끝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아냈다.

한국 기독교는 1885년 부활절 아침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이 땅에 처음 소개됐다. 그 가운데 언더우드 선교사는 조선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주님,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 와 심으셨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을 믿나이다."

세월이 지나면 세월호도 잊혀질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잊고 무엇은 잊지 말아야 하는가. 수많은 어린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생명의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높인 우리 모두의 욕심과 어리석음의 죄가 낳은 희생양들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했다. 새로운 법의 제정과 재난 매뉴얼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죄가 무엇인지 알고 나부터 회개하여야겠다.

김홍관 목원대학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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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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