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견된 기생 곤충 중 가장 작은 곤충은 메가프라그마 마이리페네(Megaphragma mymaripenne)인데 크기는 약 200μm 남짓으로 단세포생물인 아메바보다도 작은 몸집이라네요. 이 곤충은 원예작물을 손상시키는 해충 중 하나인 총채벌레의 알에 기생하여 유충이 총채벌레의 알을 먹고 자란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것은 기생하려면 몸집을 줄여야 효과적인데 중추 신경계의 크기를 줄이는 게 가장 고민이라네요. 먹이를 찾고 천적을 피하고 짝과 숙주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발달된 신경계를 가져야 되기 때문이죠. 몸집을 줄인다고 뇌를 아예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이 녀석은 신경계에서 핵을 없애 버렸답니다. 참 과감하죠! 식물이나 곤충이나 사람이나 기생하고 살아가려면 이리저리 신경 쓸 일이 많은 듯합니다. 그냥 조금 희생하며 마음 편히 사는 게 낫다 싶기도 하네요.
요즈음 이 기생생물들의 새로운 가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얌체 같던 겨우살이에 사람의 암을 치료하는 항암성분이 많이 있고요, 기생벌 종류들은 해충을 방제하는 자연적인 천적자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한 면만 보고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은 경솔한 일이라는 반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우리 주변에서 남한테 피해만 주고 살아간다고 함부로 손가락질한 사람이 있나도 되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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