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올해 국립수목원에서는 흥미로운 연구를 시작합니다. 눈에 보이는 버섯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땅속 등에서 나타나지 않은 버섯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이 땅에 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땅속에 살고 있는 버섯이 따로 있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버섯은 생물학적으로 식물이 아니고 미생물 그중에서도 곰팡이균의 한 종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다만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몸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버섯은 땅속이나 고사목(枯死木) 등에 균사체(菌絲體)로 있다가 비가 와서 습도가 높아진다든가 하는 특별한 환경조건이 되면 자실체(子實體)라는 것을 형성하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버섯이라고 부르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잠시 올라와 우리의 눈에 보이는 자실체보다 땅속의 균사체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널리 퍼져 있으며 다양하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오리건 주에서 발견된 뽕나무버섯의 균사체는 크기가 9.65㎢나 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체로 기네스에 올라가 있다고 하네요. DNA 해석으로 나이를 추정해보니 자그마치 2400세!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버섯의 모습인 자실체는 포자를 만듭니다. 식물로 치면 씨앗에 해당합니다. 버섯들은 종류마다 각각의 방식으로 포자가 익어 터지고 퍼져 나가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균사로 자라며 때를 기다리지요. 이것이 바로 버섯의 라이프 사이클 즉 한살이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연구는 땅속의 토양에서 이러한 균사를 추려내어 DNA를 추출하여 기존에 알려진 버섯의 정보와 비교하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심지어 아직 그 존재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버섯도 얼마나 다양하게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부한 버섯상이 기록되어 있는 국립수목원이 자리한 광릉과 점봉산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니 자못 그 결과가 기대됩니다. 신갈나무숲, 전나무숲 등등 숲의 종류마다 따로따로 조사할 생각이니 식물과 미생물과의 근본적인 관계에도 도전하는 셈입니다. 그 가운데 우리 미래의 식탁에 올라가 사랑받는 버섯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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