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걷히고 나니 모처럼 드러난 파란 하늘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제때 제 모습으로 계절이 바뀌며 바람도 기온도 움직여 순환한다는 것이 참으로 소중한 일인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둘러싼 예측하기 어렵게 된 기후변화의 징후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는 몇 해 전부터 기후변화에 취한 식물에 이어 곤충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동안 연구조사해온 수천 종의 곤충 표본 정보를 분석해 우리나라가 북쪽 한계가 되는 종과 남쪽 한계가 되는 종을 골랐습니다. 북쪽에 주로 서식하여 우리 땅에 남쪽 한계를 가지는 종들은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점차 사라질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며, 북쪽 한계를 보이는 남방계 곤충들은 얼마나 빠르게 올라오는지를 보기 위해서이지요.

이 봄에 가장 먼저 우리 곤충연구자들이 바짝 눈과 귀를 열고 전국에서 올라올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애호랑나비의 출현 소식입니다. 애호랑나비는 1년 중 단 한 번, 그것도 가장 먼저 이른 봄에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나비입니다. 그래서 '봄의 전령' 또는 '봄의 여신'이라고 불리지요.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봄날 불현듯 나타나서는 수줍게 고개 숙인 얼레지 꽃에 앉아 조용조용 봄날 이야기를 나누지요. 완전히 봄이 오는 순간입니다.

'애호랑나비'는 날개를 편 길이가 5㎝ 정도 되는 크지 않은 나비입니다. 진달래나 얼레지 등의 꽃에서 꿀을 빨지요. 수컷은 산 능선이나 정상을 돌아다니며 기온이 낮은 날에는 풀 위에서 일광욕을 하기도 한답니다. 이 꽃들이 피어나는 3월 말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다 크면 교미 후 먹이식물인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처음에는 모여서 생활하다가 뿔뿔이 흩어지고, 먹이식물 주변의 낙엽 밑에서 번데기가 되고 그 상태로 지내다가, 이듬해 봄이 오면 기지개를 켜고 다시 나타나는 것이지요. 혹시, 산행을 하시는 길에 진달래나 얼레지 고운 꽃에 찾아든 애호랑나비를 만나거든 꼭 연락을 주세요. 정확한 첫 출현시기를 기록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정보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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