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에 가장 먼저 우리 곤충연구자들이 바짝 눈과 귀를 열고 전국에서 올라올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애호랑나비의 출현 소식입니다. 애호랑나비는 1년 중 단 한 번, 그것도 가장 먼저 이른 봄에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나비입니다. 그래서 '봄의 전령' 또는 '봄의 여신'이라고 불리지요.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봄날 불현듯 나타나서는 수줍게 고개 숙인 얼레지 꽃에 앉아 조용조용 봄날 이야기를 나누지요. 완전히 봄이 오는 순간입니다.
'애호랑나비'는 날개를 편 길이가 5㎝ 정도 되는 크지 않은 나비입니다. 진달래나 얼레지 등의 꽃에서 꿀을 빨지요. 수컷은 산 능선이나 정상을 돌아다니며 기온이 낮은 날에는 풀 위에서 일광욕을 하기도 한답니다. 이 꽃들이 피어나는 3월 말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다 크면 교미 후 먹이식물인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처음에는 모여서 생활하다가 뿔뿔이 흩어지고, 먹이식물 주변의 낙엽 밑에서 번데기가 되고 그 상태로 지내다가, 이듬해 봄이 오면 기지개를 켜고 다시 나타나는 것이지요. 혹시, 산행을 하시는 길에 진달래나 얼레지 고운 꽃에 찾아든 애호랑나비를 만나거든 꼭 연락을 주세요. 정확한 첫 출현시기를 기록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정보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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