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긴장 관계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는 삭막한 사막과 같다. 그러나 간혹 따뜻한 배려와 존중을 받게 되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 현대를 종종 무관심, 무책임, 무감동의 삼무(三無) 시대라고 하는데, 서로에 대해 깊은 관심이나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에 감동 받을 일이 없게 된 것이다. 피차가 사무적이고 계산적으로 필요에 따라 만나고 쉽게 헤어지게 된 것이다.

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할 때는 무엇보다 대우가 좋은 회사를 찾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잖은 수가 그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 이전에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행동하는 배려'라는 책에는 △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인격을 나무라지는 마십시오 △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주십시오 △따뜻한 마음으로 저에게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애정이 담긴 나의 뜻을 찾아봐 주십시오 △저에게 숨겨진 장점을 인정하여 주십시오 등 직장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 다섯 가지가 소개되고 있다.

회사에서 직원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을 때 충성을 바치게 된다. 이런 존중과 배려의 깊은 뿌리는 사랑이다. 사랑의 뿌리에서 존중과 배려의 열매를 맺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애창하는 노래 가운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의 가사를 보면 종교를 떠나서 사람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이기적인 내용의 노래 같기도 하지만 사람은 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소중한 진실을 담고 있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기에 의식주가 해결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사랑을 받아야 살 수 있고 삶이 건강해진다. 삶이 병이 드는 근본 원인은 사랑의 결핍 때문이다. 평소에 아내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던 남편이 있다. 이분은 어느 날 결혼식장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됐다. 신랑, 신부를 위해 친구들이 축가로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그 남편은 노래를 듣다가 새삼 자기 아내도 면박이나 당하고 무시당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람은 무시와 냉대를 받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현대 정신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겪는 정신적인 질환의 원인도 보면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최고의 약도 역시 사랑이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게 사랑을 받지 않고는 온전해지지 않는다. 사랑은 온유하기에 사랑을 받는 사람은 온유해진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기에 사랑을 받는 사람은 어려움을 잘 견디고 인내한다. 사랑의 결핍은 사람을 거칠게 하고 강퍅하게 만든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삶이 황폐해지고 메마른 것은 사랑의 결핍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남을 깊이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풍토다. 우리는 남을 냉소적으로 대하거나 고의로 무시하기 일쑤다. 그러나 하나님은 존중의 하나님이시고 깊이 배려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는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하리라."(사무엘상 2:30) 하나님은 우리로부터 존중받기를 원하시고 또 우리를 존중하신다. 존중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어 귀하게 대한다, 중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어 존중(respect)도 그 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찾아보면 다시(re) 본다(spect)는 의미이다. 가볍게 보고 대충 지나쳐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이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이다.

완연한 가을이다. 아름답고 풍성한 계절이지만 쓸쓸함이 찾아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메마르고 차가워지는 세상에서 서로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귀한 존재임을 알고 깊은 배려와 존중을 통해 보다 나은 아름다운 세상을 소망하여 보고 싶다.

김홍관 목원대학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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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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