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노인대학에서 7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리고 옛이야기 몇 편을 들려줬다. 80대를 전후한 어르신들이 박장대소하며 좋아했다. 끝내고 나오는데 악수 좀 하자며 여러 어르신이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공공도서관으로 찾아가서 어르신들께 책을 읽어드린 적도 있었고 한글 공부하는 분들이 서점 견학을 왔을 때도 읽어드렸더니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깨비가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어드릴 땐 어릴 때 나눴다는 도깨비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 마치 독서토론을 하는 것 같았다. 또 80대 전후의 어머니와 장모님께도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어드리려 하자 "내가 그까짓 거 들어서 뭐해"라고 하더니 막상 내가 아이에게 읽어줄 땐 옆에서 가만히 듣다가 웃으시고는 크게 읽어보라며 귀를 기울이셨다. 한 지인은 노모께서 자녀가 보던 그림책에 빠져 100세 가까이 장수하며 돌아가실 때까지 좋아하셨다며 노인에게 그림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필자의 말에 공감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아랫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꿔 이젠 어르신들께도 책 읽어드리는 일이 일상화돼야 한다.

최근엔 독서가 치매예방에 좋다는 연구도 있어 '노인독서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읽어주면 즐겁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니 뇌 발달에 좋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평생 책을 읽을 여유 없이 보낸 노인이 독서습관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노인독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TV를 보는 것처럼 그림책을 보여주고 소리 내 읽어주다 보면 어르신들께 독서는 재미있는 놀이가 되는 것이다.

이젠 경로당에도 그림책 책꽂이가 있어야 하고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는 문화를 교육복지로 연계하면 좋겠다. 그러면서 책을 가까이하게 된 어르신들 중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노인을 행복하게 하고 동방예의지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그림책과 책 읽어주기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계룡문고 대표·책 읽어주는 아빠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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