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모든 종교마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절기(節氣)가 있고 그에 걸맞은 행사들이 있다. 기독교의 절기를 설명해 본다. 가장 크고 의미가 있는 3대 절기로 성탄절(크리스마스), 부활절, 성령강림절이 있다. 그런데 성탄절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며 기다리는 기간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대림절(待臨節) 또는 대강절(待降節)이라고 한다. 이 절기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리는 절기이다. 그리고 이어서 오는 절기가 부활절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사순절이다. 지금 지키고 있는 사순절은 부활절 전 6주간을 말한다. 사순절의 의미와 특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사순절(四旬節)이라는 의미는 40일을 뜻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절 전 46일간을 말하는데, 그 기간에 주일(일요일)이 6번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날짜를 빼면 꼭 40일이 되는 기간이다. 이 절기는 참회와 경건(敬虔) 생활을 훈련하는 기간이다. 자신도 모르게 세속화된 마음이나 생활을 바르게 하고 온전하고 바른 신앙을 회복하기 위한 훈련의 기간이다.

사순절은 기독교의 최대 전성기였던 중세기 때부터 엄격히 지켜왔다. 기독교가 국교가 되고 정치권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다 보니 본래의 신앙에서 이탈한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다. "절대 권력은 절대 타락한다"는 말과 같이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부패하고 타락한 기독교는 결국 종교개혁을 가져오게 되었다(1517년). 신앙의 본질 회복과 부활절을 맞이하기 위한 회개와 경건의 훈련을 목적으로 사순절을 지켜왔다. 사순절의 배경은 구약시대에 선민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탈출하여 목적지인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 40년간 광야 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는 광야에서 40일간 금식기도를 하고 공생애를 시작하였다. 광야 생활 40년이나 40일 금식 기도하는 기간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난의 여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친 후에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광야 40일 금식기도를 생각하면서 사순절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절기가 지금의 사순절 절기이다. 그러면 사순절에 하는 일들은 무엇일까? 한 달 반 동안 주로 하는 일은 경건의 훈련이다.

먼저 개인적으로 철저한 회개와 경건의 훈련기간이다. 그동안 나태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속화된 신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 몸과 마음을 거룩한 성전으로 삼고 정화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가능하면 지나친 오락이나 향락적인 것들을 멀리해야 한다. 중세기에는 음식도 구분하여 고기류를 금하였고 극장이나 오락장 출입을 금지하였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그 정신을 이어받고 경건생활을 힘써야 한다.

교회적으로는 계속해서 사순절의 의미를 교육하고 갖가지 이에 해당되는 훈련의 과정들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성경읽기운동이다. 성경 중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기록한 4복음서 읽기 운동을 전개한다. 그리고 교회에 새로 입교한 사람들을 위한 성경공부가 진행된다. 그리고 기독교인으로 완전히 입교하는 세례교육과 예식이 있다. 기도운동이 전개되어 교회마다 사순절 새벽기도를 실시한다.

그리고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신앙의 본질 회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신앙의 생활화 작업에 힘쓴다. 이 기간에는 특별히 절제와 사랑의 실천 운동을 전개한다. 사순절 기간에 하루 한 끼 또는 부활절 전 한 주간인 고난주간에 금식을 하여 금식미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뜻에서 절제와 절약 운동도 힘쓴다.

2013년은 3월 31일이 부활절이기 때문에 지난 2월 13일 성회수요일로부터 시작된 사순절이 오는 3월 30일까지 계속된다. 특별히 이 기간 동안에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갖가지 행사들도 전개된다. 오늘날과 같이 각종 사회 범죄가 난무하는 시대에 사순절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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