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균 증산도 교육위원 상생방송 논설위원

" 함께 잘 살겠다는 구호 일상화 정작 현실에선 경쟁하며 대립 서로 원한 맺힌 말·행동 자제 상대를 포용하는 새정부 기대 "

한 세대 전부터 상생이란 용어가 세상 담론에 회자되고 있다. 이제 상생이란 말은 이 시대의 논객들은 물론 대학생의 리포트나 중고등학생의 논술 문제에도 빠지지 않는 단골 어휘다. 바야흐로 상생이란 말이 일상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상생의 시대가 가까워진 것인가?

그러나 오늘의 동북아 정세를 보면 결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북한은 얼마 전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일중러 남북한의 국제질서는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큰 부담을 안고 출발하였고, 한중일 삼국의 영토분쟁과 역사전쟁은 조금도 누그러질 기세가 아니다.

본래 상극과 상생이란 말은 동양의 우주관, 음양오행 원리에서 쓰이던 말이다. 이 우주는 5개의 기운으로 변화해 간다. 목화토금수! 5개의 기운은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갖는다.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나무는 물을 빨아들여 성장한다. 불은 나무를 만나면 훨훨 타오른다. 다 타고 나면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다시 뭉쳐서 각종 암반과 금속이 된다. 그리고 단단한 토양 위에는 다시 물이 흩어지지 않고 고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오행의 상생은 두 기운이 서로 주고받는 쌍방의 상생이 아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낳는 상생이다. 역시 오행 상극도 두 기운이 서로 주고받는 쌍방적 상극이 아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이기고 극하는 상극이다.

그런데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상생과 상극이란 말은 음양오행의 상생 상극과는 달리 사회적이고 문명적인 용어다. 상생(相生)이란 서로가 서로를 살린다는 말이고, 상극(相剋)이란 서로가 서로에 대립하고 나아가 죽이기까지 한다는 의미이다.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인 관계이며,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대립적인 말이다. 그러면 이러한 의미의 상생과 상극이란 개념은 누가 처음 사용했던 것인가?

증산도의 창시자인 강증산 상제다. 강증산 상제는 도를 한마디로 상생의 대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는 만국이 상생하고, 남녀가 상생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상생하는 세상을 맞이한다고 하였다. 오행원리에서처럼 일방적인 상생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상생, 나는 너를 살리고 너는 나를 살리고,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相生)이다. 이것은 공존이나 공생을 뛰어넘어 가장 아름다운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생명과 질서를 죽이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살린다고 한다면 세상사람 그 누가 이것을 싫다고 할 것인가? 이러한 의미의 상생이야말로 인간사회가 궁극으로 진화했을 때 구현되는 최고 최선의 가치가 아니겠는가?

상생이란 개념이 가장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말에 이런 것이 있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살리는 상생을 표현한 적확한 말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상생은 상대방을 살리는 말과 행동을 먼저 실천할 때 상대방도 부응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상생의 세상을 원하기에 날마다 상생을 말하고 외친다. 그러나 정작 상생이 실현되는 삶의 영역은 너무도 적다는 것을 깨닫고 상극이라는 처절한 현실의 벽을 체험한다. 남과 북은 총칼을 마주하고 대치한 지 벌써 60년이 넘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시장을 열어 상생을 모색하지만 군사적인 면에서 군비경쟁이라는 상극의 칼날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상생의 틀을 짜려고 그토록 애쓰면서도 상극이라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상생의 세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일까? 상생으로 가는 로드맵은 과연 무엇인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상생의 세상을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지만 그 첫 단추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대해 강증산 상제는 상대방에게 원과 한을 맺게 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한마디로 척을 짓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에 맺힌 원과 한을 풀어주고, 포용하라고 하셨다. 그것이 상생의 첫걸음이라고 하셨다. 이제 출발하는 새 정부에게도 상생의 정치를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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