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0 23:55

[기자수첩] 아름다운 노인들의 익명기부

2013-02-15기사 편집 2013-02-14 21:23:00

대전일보 > 오피니언 > 대일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오융진 지방부 당진주재 yudang@daejonilbo.com

설 전 당진시 석문면 석문중학교에 80세 가까운 노인이 익명을 요구하며 3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그 노인은 "이 나이 먹도록 딱히 한 것이 없다, 며칠 고민 끝에 결정했다, 필요한 학생에게 전달해 달라"는 말만 남겼다. 이 노인은 사거리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교통정리를 하는가 하면 다른 노인들과 함께 마을 주변의 쓰레기와 오물을 줍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4세의 한 할머니는 3년째 석문중학교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봉사하고 있다. 이 할머니 역시 올해도 익명을 요구하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전해달라며 장학금 30만원을 기탁했다. 그리고 65세 정도의 다른 할머니도 기탁자 이름을 '절대로' 알리지 말고 졸업생에게 전달해 달라고 30만원을 기탁했다.

이러한 노인들의 기부는 학생들의 노인에 대한 시각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일차적으로 노인은 보호대상이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으로 보호 주체자로서 정체성을 갖게 한다. 다음으로 이들 노인들이 기탁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가슴속에서는 어떤 변화의 씨가 싹 텄을까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목석이 아닌 다음에야 장학금을 디딤돌로 삼아 새로운 각오를 다졌을 것이 분명하다.

노인들의 익명성 장학금 기탁을 받은 석문중학교도 분위기가 고무됐다. 신양웅 석문중 교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보탬이 된다는 일차적인 효과도 간과할 수 없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데 노인들의 장학금 기탁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효(孝)와 관련한 인성교육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수적 효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부의 시작은 어렵지만 거듭될수록 마음은 부자가 되는 묘한 매력을 머금은 덕목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부의 참된 의미를 실천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많다. 석문중학교 익명의 노인 기부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노인들의 삶을 지탱하는 요소가운데 사회적 유대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과 사회의 이어주는 끈을 기부로 삼아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노인복지의 궁극적 목표는 노인들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젊은이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택해 실천하는 그 노인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