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구조! 안전구급! 서산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차고지 앞에서는 아침 교대시간마다 안전을 다짐하는 구호가 울려 퍼진다. 각종 사고현장, 재해현장, 화재현장 등 위험한 상황 속의 소방관들에게 안전구호는 항상 품고 있어야 할 문구이다. 그러나 어느 삶의 현장이든 간에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인가. 매일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부도 언제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어질 운명에 처할지 모른다.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노동자도 언제 중장비가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할지 알 수 없다. 단순한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로에 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무단횡단을 하다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이 어느샌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안전'을 아껴 둘 필요 없이 기꺼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언론에서 숱하게 지적해오듯,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안전 불감증은 언제든지 우리의 생활을 위협할 수 있다.

구조대장으로서 당진과 서산에서 활동해오던 나에게는 이러한 안전사고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비치지 않는다. 그동안 현장지휘관으로서의 안전사고 경험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큰 공사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있다. 2011년 여름, 크레인 철거 과정 중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현장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철제빔의 볼트가 부러지면서 내려앉아 그만 작업자의 몸을 덮쳐 현장에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자키로 안전을 확보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작업을 하는 것이 필수적 임에도 불구하고, '설마 넘어지겠어'하는 안전 불감증이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또한 2012년 겨울, 이번에는 대형크레인 설치를 위한 볼트 체결 공사 중 크레인 철제 레일 이 탈선하며 빔이 내려앉아 작업자의 하반신이 깔리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 나간 현장에는 거대한 크레인이 믿지 못할 만큼 휘어져 있었다. 아마 공사 관계자들도 그렇게 휘어지면서 내려앉아,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설마'하는 안전 불감증이 그러한 안타까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설마'하는 마음을 가질까? 대다수의 위험 상황의 경우 '혹시'하는 마음보다는 '설마'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사고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는 '설마'하는 마음을 반대로 '혹시'하는 마음으로 바꿔,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다시 한 번 두들겨 보고 건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안전, 내일도 모레도 안전한 생활을 습관화해야 할 것이다. 장남환<서산소방서119구조구급센터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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