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철 충남테크노파크원장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신년사를 접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올해의 경우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리한 투자를 방지하고, 내실경영에 주력하자는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밝힌 신년 메시지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올해 국내 경제는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린 데 이어 외국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값도 2%대로 낮아졌다.

국제금융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10개 투자은행이 내놓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2.9%로, 전월 3.0%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들의 2013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평균 4.3%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4% 아래로 떨어졌고, 그 이후에는 3%대마저 붕괴했다.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한 언론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 주력계열사 30곳의 매출은 전년 대비 5.6%, 영업이익은 11.3% 증가했다. 외형적으로는 건실한 성장이지만 삼성을 제외하면 매출은 제자리걸음(0.8% 증가)에 불과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19.1%나 줄어들었다.

삼성 외에 다른 10대 그룹 주력계열사들은 거의 성장하지 못했고, 영업이익률도 하락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만들어 내는 통계 착시를 걷어내면 대기업들조차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지역 기업인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실경영은 철저한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의 내실경영은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내실경영이 부진할 경우 기업의 성장잠재력은 악화되고, 이는 경제기반의 부실화로 귀결된다.

이에 반해 적정 수준을 넘어선 무리한 투자 또한 기업의 현금 흐름에 압박을 가져올 뿐 아니라 성장을 저해하는 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적정 투자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과도한 투자는 기업에 기회비용과 자금경색을 가져와 성장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고 이것이 향후 과소투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국내외 여러 기업 가운데는 적시적인 투자를 통하여 비교적 단기간에 급속성장을 달성한 사례도 있으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투자로 말미암아 조직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이후 장기간에 걸친 침체에 빠져든 경우도 적지 않다.

제1호 전자제품을 무수히 쏟아냈고 액정표시장치(LCD)의 '종가'(宗家)로 불릴 만큼 LCD산업의 선두주자였던 샤프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던 '100년 기업' 샤프가 최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데는 불과 3년도 걸리지 않았다. 투자금을 뽑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바로 도요타의 리콜 사태다. 도요타 생산방식은 '낭비요소를 최소화한 원가 절감'으로 간단히 설명된다.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한 도요타의 캐치프레이즈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은 생산과정에서 정확한 부품 투입과 재고 관리 차원을 넘어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맞춤형 제품 공급으로까지 의미가 확장된다.

이같이 시대의 흐름을 수십 년 앞서 내다본 도요타의 혜안은 마침내 2008년 부동의 자동차 제왕 GM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 되었지만 결국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순식간에 회사의 명성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기업이 이렇게 무기력한 원인으로 매몰한 것은 국내의 우리 기업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못하면 백날 내실화를 들먹거려 봐야 겉모양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만약 위기의식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앞세워 불황 극복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다면 백년기업 전자업체 샤프가 왜 무너졌는지, 또한 글로벌 기업 도요타의 리콜사태의 재앙은 왜 시작되었는지를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번 잘못 내려진 무리한 투자의 의사결정은 계속기업의 가능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찬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