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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맞춤형 원어민 영어교사가 필요한 까닭

2013-01-03기사 편집 2013-01-02 2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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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주 목원대 영어교육과 교수 EBS 자문위원

영어 격차(English Divide)라는 용어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는 영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간에는 커다란 소득 격차가 생기고, 사회적 불평등을 낳아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21세기 사회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이다. 얼마 전 한국교육개발원(KDI)에서는 영어성적이 부모의 소득과 거주 지역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즉, 부모의 월소득이 100만 원 늘 때 수능 영어성적의 백분위는 2.9% 포인트 상승하며 토익점수는 21점 올라간다는 참으로 씁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이러한 토익점수는 연봉에 영향을 미쳐, 토익점수 100점 차이는 곧 연봉 170만 원 차이를 가져왔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영어 격차는 부모의 소득뿐 아니라 성장 지역의 영향 또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연구결과에 따르면 만 14세에 거주한 지역이 해외였던 사람의 평균 토익점수는 849점, 서울일 경우는 757점인 데 반하여 만 14세에 거주한 지역이 도 단위일 경우는 691점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의 최대 과제가 계층 간 격차를 좁히는 것이라면 그 계층 간 소득 격차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영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시리즈로 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가 '맞춤형 원어민 영어교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소득과 지역에 따라 혜택의 차이를 많이 보인 원어민과의 접촉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물론 원어민 영어교사로부터 교육을 받는 것이 영어 격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각종 매스컴과 인터넷의 발달로 굳이 해외에 나가거나 영어유치원, 원어민교사 수업이 이루어지는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루어진 원어민 영어교사 정책 연구 결과에서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농어촌과 서울의 비강남지역의 학생들은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만 주로 원어민을 접했으며, 학교에서 만난 원어민 영어교사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이에 반해서 대도시나 서울의 강남지역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만난 원어민 영어교사에 대한 만족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는데, 이들은 이미 학원을 통해 최소 몇 년 이상 원어민교사를 접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학교 급에서도 역시 나타났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원어민 영어교사 수업에 대한 만족도 및 영어 성적 향상률이 매우 높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원어민수업에 대한 만족도와 성적 향상률은 저조했다. 이렇듯 부모의 소득과 지역, 학교 급에 따라 원어민 영어교사 정책을 달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의 숫자는 2011년의 9320명을 최고점으로 하여 향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를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어민 영어교사를 일제히 감축하는 것은 대도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획일적 원어민 축소 영어교육 정책으로 큰 손해를 입는 곳은 바로 농산어촌과 도시 빈곤층 가정이다.

서울과 경기도에 뒤질세라 강원도교육청 또한 2010년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숫자의 60%를 2015년까지 감축하겠다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

그렇게 되면 고성군의 경우에는 2010년 군 전체를 순회하는 5명의 원어민 영어교사의 수가 2015년에는 2명으로 줄어들게 되어 고성군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원어민을 접할 기회는 그만큼 감소하게 될 것이다.

교육 여건이 낙후된 지역일수록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해 줄 필요가 있으며, 학교수업 이외에 원어민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는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원어민 영어교사 지원을 하지 않으면 영어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06년에 15만 명의 원어민 영어교사 고용을 시작으로 그 숫자를 계속 늘려 나가며 영어를 국가의 강력한 경쟁도구로 삼고 있는 중국, 2003년부터 한국의 의사소통중심 영어교육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대만 등 동아시아는 영어 원어민을 활용한 의사소통중심 영어교육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뒤로한 채 지역과 소득에 관계없이 원어민 영어교사를 일제히 감축하는 것은 그간에 이루어진 의사소통중심 영어수업의 성과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조치이다. 이에 감축과 유지, 확대에 있어서 '맞춤형 원어민 영어교사 정책'을 추진하여 출발점에서부터 영어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받는 학생들이 없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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