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호 건양대 교수

한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세종시 건설 문제는 근본적으로 심각한 지역불균형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지나친 수도권 집중현상이 낳은 불균형을 완화시키고 지역을 고루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세종시 건설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관광 분야도 이대로 방치하면 제2의 세종시 문제로 비화될 위험이 다분하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정감사 시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8년 689만 명이던 외래관광객 수가 2011년에는 979만 명으로 매년 10% 안팎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자료에 의하면 외래관광객의 6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몰리는 지역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에서 K-pop 열풍이나 한류 붐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 위주로 숙박시설 및 관광편의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대로 두면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 관광 수용태세 구축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는 숙박시설이 많고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또, 이곳에 문화유적과 인문자원도 풍부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1%도 유치하지 못하는 충남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을 남의 일로 여길 처지는 못 된다.

이 같은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관광에서조차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것은 더 나아가 주민들의 수도권 이주의 원인으로 작용해서 지역정착률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관광산업은 관광객 이동과정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에 고용효과와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향상시켜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관광 분야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탁월해 지역 경제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그래서 지역불균형 타개를 위한 관광정책 수립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관광 트렌드를 보면 생태관광 또는 녹색관광에 대한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리고 감성관광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선호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관광 트렌드 면에서 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선호관광목적지는 서울이나 수도권보다는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사람 사는 인정을 비교적 잘 느껴볼 수 있는 지방이 관광객 유치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들은 왜 수도권에만 머물고 있는가? 외국인 관광객 수도권 편중현상은 지방의 관광 콘텐츠 및 인프라 부족도 원인이 되지만 지역의 독창성을 무시한 관광정책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인증하는 인바운드 우수 여행상품에 충청권 코스는 단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관광객의 편의성이나 안전성, 시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지역의 독창성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정부의 우수여행상품 인증에 관계없이 보령머드축제에 가보면 외국의 해안에 온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이미 국제적인 축제로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철마다 대전, 충남 각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특색 있는 지역축제를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으로 육성하는 것도 지역관광을 활성화시켜 관광의 지역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쇠락하고 있는 전통시장을 문화체험 관광지로 개발한다든가, 정부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의료관광산업 중 한방 의료관광지를 지역별 국가별 특색에 맞게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 대전시는 지난 10월 2일부터 외국인 의료 관광객들이 대전과 충남, 충북, 강원 등 4개 시·도에서 검진과 치료, 쇼핑, 관광, 휴양을 연계할 수 있도록 '의료 관광 건강 투어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도 기존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의하면 주한 외국인들은 가장 체험하고 싶어 하는 한국문화체험장으로 찜질방을 꼽고 있다고 한다.

대전·충남의 어디를 가도 찜질방 없는 곳은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나 위생, 시설을 갖춘 찜질방을 시·도에서 지정하여 외국인 문화체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대전·충남의 독특한 지역음식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관광의 지역 편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지만 이와 같은 시·도의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자구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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