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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대선 쇼 케이스 준비하는 정운찬

2012-09-06기사 편집 2012-09-05 21: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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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cuadam@daejonilbo.com

연말 대선에 나올 듯 말 듯 하던 정운찬 전 총리가 몸을 풀고 있는 것 같다. 본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예열을 가하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대체로 지금 시동을 걸기엔 늦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선 지형의 구조화가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후발 주자가 움직일 공간이 넓지 않다고 봤을 때 그렇다. 그럼에도, 공주 태생인 정 전 총리가 '정운찬'이라는 신상품 출시를 위해 쇼 케이스 개최를 계획하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그 나름의 원려와 심모가 있을 것이고, 나아가 대선 판에 충격효과를 줄 만하다는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의 대선 판과 앞으로 전개될 그림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냥 건조하게 바라봤을 때 정 전 총리가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도 당장은 판세 변화를 견인하기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대선지형의 층위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지지층과 그 여집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박 후보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나머지 지지층은 민주당과 안철수 원장 몫이 혼재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단계다.

그럼, 정 전 총리는 무얼 믿고 대선 링에 오르려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인지도다. 유권자들이 그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의 여부인데 서울대 총장에다 현 정부의 총리를 지낸 인물임을 감안할 때 점수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연고지인 충청권에서의 인지도 그래프도 비슷할 것이다. 다음은 대선 화두 문제인데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 카드를 쥐고 있는 입장이다. 쉽게 해석하면 "우리 사회 강자와 약자가 제도적으로 공생하는 길을 만들겠다"는 메시지 쯤 된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만으론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정 전 총리는 지지기반이 견고한 정당의 울타리가 없는 처지이고, 그렇다고 여론의 주목도를 수직상승 시킬 정치적 동력을 구비하는 일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설령 새누리당 박 후보나 안 원장과 유사한 길을 추구한다 해도 연말 대선에서 그들을 제치고 승리할 확률은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정 전 총리의 활로는 역설적으로 안 원장에게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진단해 본다. 지난 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안 원장의 몸값은 오를 대로 올라있다. 드문 드문 인적 진용도 갖춰나가고 있으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안철수 생각'이란 책을 낸지도 꽤 됐다. 수삼일 전에는 충남 홍성에 조용히 다녀가기도 했다. 그때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고 해서 '작은 소동'이 있었듯이 안 원장은 이미 제도권 밖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대선 무림의 고수 반열에 있다.

그런 가운데 정 전 총리에게 있어서 안 원장은 대체재일 수도 있고 보완재일 수도 있다. 골치 아프면 그냥 두 개념을 합쳐서 대체재적 보완재라고 칭해도 좋고 보완재적 대체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은 왜 그렇고 왜 그래야만 하느냐는 것인데 답은 별것 없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대선 승률을 높이려면 그런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일종의 정치공학적 접근법의 범주로 여기면 족하다.

그 단계에 이를지 말지는 알 수 없다. 안 원장이 민주당 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문제고, 아니면 제3자와 연대 없이 독자생존의 길을 걷겠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정 전 총리의 대선 몸 풀기는 몸 풀기로 끝나는 동시에 대선 출진을 알리는 쇼 케이스 일정도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 전 총리의 대선 도전 동력은 안 원장으로부터 충전되지 않으면 사실상 가속 페달을 밟기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가정이지만 일단 정 전 총리와 안 원장 간에 정치적 연대의 끈이 맺어진다면 그때부터 연말 대선 본막은 열기를 더 뿜어 낼 것이다. 민주당과의 2차경선 또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안 원장이 생존한 뒤의 일이지만 두 사람이 묶이게 되는 순간, 정·안 팀이 대선 정국에서 구사할 수 있는 옵션은 선택하기 나름일 것이다.

정 전 총리의 대선 도전이 성사되면 지역 인사의 대선출마 연표 상으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 이인제 현 선진당 대표의 뒤를 잇게 되는 의미가 있다. 모두 무위로 끝난 데서 알 수 있듯 정 전 총리 대선 전도 역시 크게 사정이 나아진 게 없다. 더구나 충청 여론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과점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정 전 총리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형국에 비유된다. 그는 과연 꿩 잡는 매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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